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삼성의 결정

삼성그룹이 이건희 회장 일가의 8,000억원을 사회에 헌납하기로 했다. 반가운 일이다. 특히 기업의 돈이 아닌 사재를 출연해 더 높이 평가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사업을 기업의 돈으로 하는 경향이 많았다. 사실 그것은 기업에는 모두 비용이 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기업의 이미지를 개선해 결국 기업에 이익이 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이뤄진 기업 스스로의 결정이었다면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그동안 대부분 외부의 청원이나 압력에 의해 행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한 점에서 이 회장 일가의 사재 헌납은 매우 의미 있고 이것을 계기로 우리나라 자산가들의 기부문화가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이번 사재 출연과 관련된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첫째, 사회기금의 운영을 ‘조건 없이’ 정부와 시민단체에 맡긴 점이다. 무슨 돈이든 뜻이 분명한 사람이 관리해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된다. 특히 사회기금이 더욱 그러하다. 앞으로 어떻게 쓰여질지 모르지만 잘못될 경우 도덕적 해이가 불거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둘째, 구조본부를 축소해 구조조정하겠다는 점이다. 기업의 조직은 필요하기 때문에 존재한다. 또한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기업의 조직은 시장의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변화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결정이 경쟁적 시장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결정된 것이라면 의미가 있지만 시장 외적인 힘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면 위험하다. “시민단체와 국민의 뜻을 받들었다”고 말한 대목에서 시장 외적인 힘에 의해서 기업의 조직이 개편되고 있는 것 같아 우려된다. 셋째, 금산법 개정 등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일부 받아들이고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공정거래법 일부 조항에 대해 제기했던 헌법소원을 취하한다고 한 점이다. 규제 완화와 재산권 보호는 시장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필수적이다. 지금 선진국을 비롯한 우리의 경쟁국들은 경제발전과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재산권을 보호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와는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어 기업의 장래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의 미래가 매우 염려스럽다. 여하튼 삼성은 이러한 것들을 결정했다. 그것이 스스로가 아닌 시장 외적인 힘과 정부의 압력에 의해서 결정됐다 할지라도 이제 그 결정을 존중하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잘하는 기업을 규제와 비판으로 발목 잡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일부에서는 지배구조 개선 방안이 미진하다는 점을 들어 계속 그것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적어도 소유지배구조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이 이론적ㆍ실증적 진실이다. 실체도 불분명한 지배구조 논쟁 등으로 더 이상 아까운 시간과 정력을 낭비해서는 안된다. 그동안 삼성은 치열한 국제 경쟁 속에서 국민경제를 이끌어왔다. 삼성그룹의 연간 매출액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의 17%, 총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의 외형적 성장은 내수시장의 협소함과 자원 부족의 핸디캡을 극복하고 거대 선진기업들과의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한 결과다. 삼성전자는 포춘지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 중 지난 98년 142위에서 2005년 39위로 뛰어올랐고,2005년 비즈니스위크지 조사에서 브랜드 가치 전자 업계 1위를 차지했다. 일본의 5개 전자 업체가 공동으로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추진하고 업계 1위인 인텔은 낸드(NAND)플래시메모리시장 진출을 선언하는 등 삼성을 경계하는 경쟁 업체들의 견제가 본격화하고 있다. 심지어 삼성의 글로벌 경쟁력을 견제하기 위해 이들 정부까지 나서고 있다. 이러한 때에 삼성의 지배구조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과 각종 규제는 삼성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 정부는 규제를 완화해 글로벌 경쟁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업과 기업인들이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도록 하고 국민들은 비생산적인 비판보다는 칭찬과 격려로 기업과 기업인들이 신명 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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