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초고속인터넷 업체가 가입자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무려 700만명이 넘는 고객 정보가 단돈 1원씩에 빠져나간 사건이 터져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이번 사건의 책임은 기본적으로 정보를 허술하게 관리한 해당 업체에 있지만 그 이면에는 가입자 확보를 둘러싼 통신업체들의 경쟁과 유통구조의 불합리성이 숨어 있다. 통신업계에서는 기본적으로 가입자가 곧 경쟁력을 가름한다.
통신업체들은 가입자를 모으기 위해 본사와 더불어 1ㆍ2차 대리점, 텔레마케팅에 이르는 광범위한 조직망을 갖추고 있다. 가입자 확보 과정에서 소비자들을 직접 상대하는 텔레마케팅 업체들은 업체를 가리지 않고 무작위로 마케팅을 대행해준다. 물론 이런 마케팅에는 불법적인 수단까지 동원된다.
이는 최근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관련 피해사례가 급증한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는 고객정보 유출이라는 치명적인 결과로 돌아왔다. 모든 것이 예고된 ‘자업자득’인 셈이다.
이 같은 상황은 유선통신업체뿐 아니라 이동통신업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말 휴대폰 보조금이 합법화된 후 시장이 다소 안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암묵적인 불법 보조금이 뿌려지고 있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직영 대리점뿐 아니라 무수히 많은 2ㆍ3차 판매점까지 여기에 무더기로 가세한 탓에 ‘불법’이라고 인식하지 못할 정도다.
이통업체들은 불법 보조금 살포로 정부의 제재를 받으면 “본사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다양한 판매망 때문에 우리만 죄인이 된다”며 억울한 심정을 토로하곤 한다. 하지만 이통업체는 판매장려금 등의 형식으로 대리점이나 길거리 판매망 등에 자금을 공급한다. 이 돈은 불법 보조금으로 둔갑해 소비자들에게 뿌려진다. 결국 이통업체들이 불법을 조장 또는 방조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건전한 시장의 기본은 깨끗한 유통에 있다. 통신업체들은 이번 사건을 통해 불건전한 유통행위가 결국 소비자들에게 어떠한 피해로 돌아오는지를 되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