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으스스한 구조조정 뒤안길

저축銀등 도 넘은 채권추심… 직원들 무더기 실직…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모(17)군은 최근 초등학생 동생과 함께 집을 보다가 뜻하지 않은 방문을 받았다. 낯선 사람들은 대뜸 저축은행에서 나왔다고 했다. 그들은 "부모님이 연체한 돈을 받으러 왔다"며 다짜고짜 문을 열라고 했다. 이군은 "요즘 부모님 사정이 어려운 줄은 알았지만 저축은행 대출을 받았는지는 몰랐다"며 "보호자가 없다고 밝혔는데도 문을 열라고 끈질기게 강요해 공포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기업 구조조정은 경영진 구속과 대규모 실직을 낳는다. 금융회사 구조조정은 한술 더 뜬다. 금융회사는 대출을 해주기 때문이다. 정상화를 위해서는 대출을 마구잡이로 회수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법을 무시한 강도 높은 추심이 이뤄진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상당수 은행 직원들은 이직을 하거나 일자리를 잃는다. 구조조정의 '뒤안'은 이처럼 무섭다. 12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영업정지를 당한 7개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부실채권 회수를 위한 강도 높은 채권추심이 이뤄지고 있다. 간신히 영업정지를 면한 저축은행도 살아남기 위해 연체정리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영업정지된 곳을 포함해 상당수 저축은행들이 자산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추심작업을 세게 하고 있다"며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업체들은 채무자의 집이나 일터를 방문해 채무상환을 독촉하거나 채무자의 가족ㆍ주변인에게 집요하게 상환을 독촉해 채무자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2009년 법을 통해 불법유형을 적시하면서 이 같은 추심을 막았음에도 구조조정의 한파와 함께 오히려 심하게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도 "몇 달 전부터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불법 채권추심 행위가 증가하는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했지만 원천적으로 이를 막지 못하는 형편이다. 신규대출은 억제하는 대신 추심이 강하게 이뤄지면서 지난해 말 64조7,458억원에 달했던 저축은행 대출잔액은 10월 말 현재 53조1,16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구조조정의 그늘은 과도한 추심에만 그치지 않는다. 올해 들어 영업정지를 당한 저축은행 직원들도 이미 상당수가 회사를 그만뒀거나 자리를 옮겼다. 한 대형 금융지주회사가 인수한 저축은행은 영업정지된 지 3개월도 안 돼 전체 직원의 15% 가까운 3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구조조정은 이렇게 깊고 아픈 상처를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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