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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앞으로는 휴대폰을 충전하려고 그렇게 무거운 충전기를 들고 다닐 필요 없을 거예요. 배터리가 모자라면 입고 있는 옷 위에 붙이면 되죠. 지금 저 천장 위에 달린 공조 시스템도 다 바뀔 거예요. 미래에는 온도차를 이용해 냉난방이 동시에 가능하게 될 겁니다. 제가 연구한 게 바로 그런 거죠."
3일 성균관대 수원캠퍼스 산학협력센터에 위치한 김성웅(39) 성균관대 에너지과학과 교수 사무실. 인터뷰를 시작하는데 휴대폰 배터리가 떨어진 것을 확인하고 가방에서 무게가 270g이나 되는 충전기를 꺼내던 기자에게 김 교수는 웃으며 말을 던졌다.
김 교수는 체온이나 폐열을 전기로 바꿀 수 있는 세계 최고 성능의 열전소재를 개발한 과학자다. 김 교수는 이 공로로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서울경제신문이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6월 수상자로 선정됐다.
세상에 존재하는 물질 대부분은 전기전도도가 높은 만큼 열전도도 역시 높다. 금속은 전기와 열이 모두 잘 전달되지만 나무는 둘 다 힘든 게 대표적 예다. 대부분의 평범한 물질은 열전도도 대비 전기전도도를 뜻하는 실온 열전성능지수가 1.0 수준이다. 하지만 효율적인 열전소재는 열전도도는 낮고 전기전도도는 최대한 높아야 한다. 열의 차이를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만큼 물질 양끝단의 온도차가 클수록 상용소재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가 고안한 소재 제조기술은 얼핏 단순하면서도 획기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 열전소재인 비스머스 안티모니 텔루라이드의 고체 덩어리 경계면에 텔루륨 액상을 넣은 뒤 압력을 가해 이 액상을 배출시키는 방법을 개발했다. 텔루륨 액상이 배출되면 비스머스 안티모니 텔루라이드 덩어리 경계면에 전위(선 모양의 원자 배열 결함)가 생겨 해당 물질의 전기전도도는 그대로 둔 채 열전도도만 떨어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인위적으로 원자 배열 결함을 유도해 물리적 한계를 벗어난 셈이다. 특히 이 액상소결법을 사용하면 실온 열전성능지수가 무려 2.0에 달하는데 이는 기존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1.34를 한참 웃도는 수준이다.
김 교수는 "기존 연구들은 비스머스 안티모니 텔루라이드 입자 덩어리 안에서 전기전도도를 낮추려는 시도가 대부분이었다"며 "경계면을 활용해 전위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혁신적"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일본에서 12년을 연구한 뒤 지난 2012년 성균관대로 옮기면서 관련 연구를 본격 시작했다. 김 교수는 현재 실온 열전성능지수를 더 높이는 작업과 섭씨 500도 이상 고온에서도 열전성능지수를 지금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웨어러블 발전소자로 올 초 유네스코 10대 기술 그랑프리를 차지한 조병진 KAIST 교수와도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연구가 본격 상용화로까지 이어질 경우 김 교수의 말대로 체온으로 충전하는 전자기기가 대거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현재는 섭씨 100도 이하인 실온 열전성능지수만 2.0에 도달했지만 이것이 500도 이상의 고온에서 가능해질 경우 자동차 등 대형 기계도 엔진이나 배기가스에서 나온 열로 자가 충전하는 길이 열릴 수 있다. 실온 열전성능지수가 3.0에 이를 경우 열전소재 효율이 기존 냉난방 시스템까지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
김 교수는 "고온에서도 실온에서와 비슷한 기술이 적용되는 만큼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KAIST 조 교수와의 공동연구의 경우 조 교수가 쓰던 소재보다 이번에 개발한 소재가 전력량을 6~7배 더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