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월드컵과 디지털방송

최근 폐막된 2002 한일월드컵은 매경기 가슴 벅찬 감동의 인간드라마를 연출했으며 이는 IT기술을 통해 국내외로 전달됐다. 특히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실시한 고화질(HDTV) 디지털방송은 현장에서 직접 경기를 관람하는 이상의 감동을 전했다. 화면 가득히 클로즈업해서 들어오는 선수의 땀방울 맺힌 얼굴의 고화질 영상, 경기장 대부분을 한 화면에 담은 16대9 와이드 화면 등은 경기현장을 더욱 생생히 보여줬다. 지난해 10월부터 수도권을 대상으로 시작된 디지털방송은 전자매체 중 유일하게 아날로그 상태로 남아 있는 방송시스템을 디지털화함으로써 우리나라 정보ㆍ통신ㆍ방송의 통합 인프라를 완성하는 중요한 사업이다. 디지털방송은 아날로그방송에서는 볼 수 없었던 획기적으로 향상된 화질과 음질을 제공하고 데이터방송, 온라인 구매(T-Commerce), 인터넷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산업적으로도 방송서비스산업ㆍ디지털가전산업은 물론 디지털 영상관련 벤처비즈니스 산업을 창출해 지난 80년대 컬러TV 도입을 훨씬 능가하는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번 월드컵 경기는 디지털방송의 확산과 관련산업의 발전에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쿄올림픽을 기점으로 컬러TV가 확산된 일본의 경우처럼 새로운 매체의 조기 보급ㆍ확산에는 기폭제가 필요하며 이번 월드컵 축구경기는 디지털방송의 진가를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너무나 좋은 기회가 됐다. 이를 위해 KBSㆍMBCㆍSBS 방송3사는 국내에서 치러지는 32경기 중 24경기를 HDTV로 방송, 일본에서 치러지는 경기를 포함해 총 43경기를 HDTV로 실황중계했다. 정부는 월드컵 개최도시에 디지털방송관을 설치해 월드컵 경기의 HDTV 중계를 비롯해 데이터방송, 3차원 입체영상 등 첨단 방송을 상영하고 내ㆍ외국인이 직접 체험하도록 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전문가들은 월드컵 중계에서 나타난 디지털방송의 수신상태나 방송사의 중계 제작능력 등 모든 것이 매우 만족스러운 것으로 평가했다. 현재 디지털방송은 관악산에서 송신하고 있음에도 수도권 전역에서 만족스러운 수신상태를 보이고 있다. 월드컵 열기에 발맞춰 디지털TV 보급이 급속히 확대되고 가정에서는 물론 대형 식당ㆍ호프집 등에 설치된 디지털TV를 통해 많은 시청자들이 HDTV 방송을 시청했다. HDTV 위력을 직접 체험한 시청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디지털방송에 관한 관심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우리의 중계 제작능력 또한 일본과 비교해도 전혀 떨어지지 않는 것 같다. 디지털방송을 시작한 지 8개월이 채 안됐지만 10년여의 HDTV 노하우가 축적된 일본의 방송과 비교해도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이번 월드컵 중계를 통해 우리 방송사들은 HDTV 제작에 따른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자신감을 갖게 됐으며 이후 HDTV 제작이 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월드컵은 우리 디지털방송기술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월드컵 경기의 성공적인 HDTV 실황중계, 데이터방송 및 3차원 입체방송의 시연 등은 세계로부터 열렬한 반응을 얻었다. 이를 통해 우리 기업 및 제품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세계적으로 형성되고 있는 디지털TV 시장의 선점에 유리한 위치를 점할 것이다. 디지털방송의 확산에는 양질의 컨텐츠, 수신환경 개선, 수상기 가격의 인하가 필수적인 요소이다. 현재 방송사는 남산ㆍ용문산 중계소 설치 등 수신지역 확대를 추진 중이며 산업계는 디지털TV의 가격인하와 염가형 신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월드컵을 계기로 형성된 디지털방송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지속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월드컵 경기와 같이 국민들이 관심을 갖는 HDTV 컨텐츠의 지속적인 제공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야구에 대한 HDTV 중계가 추진 중으로 가전사의 협찬을 통해 프로야구 정규시즌의 일부와 포스트시즌 경기를 HDTV로 실황중계한다. 월드컵 경기는 디지털방송의 조기 확산에 더없이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는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다같이 힘을 합쳐 디지털방송산업을 CDMAㆍADSL과 같은 주력산업으로 육성해 우리나라를 디지털방송이 가장 잘 활용되는 국가로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이성옥<정통부 전파방송관리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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