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일본] 엔강세 저지 시장개입 나서

국제금융시장이 일본에 관한 두가지 뉴스로 충격을 받았다. 첫째는 일본 경제가 예상외로 급속히 회복하고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일본 중앙은행(BOJ)이 엔화 강세를 저지하기 위해 신속하게 시장에 개입한 사실이다.일본은행은 10일 급격한 엔화 강세(달러 약세)를 막기 위해 국제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뉴욕에서 진행된 일본의 시장 개입은 엔화를 매각, 미국 국채를 매입함으로써 이뤄졌다. 일본은행의 시장 개입은 뉴욕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계좌를 통해 이뤄졌지만, 미국은 이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본이 외환시장에 개입하기는 5개월만이다. 이날 엔화는 뉴욕에서 1달러당 117.63엔까지 급등했으나, 일본 중앙은행의 개입에 힘입어 119.92엔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시장 개입에도 불구, 엔화는 다시 119.10엔으로 하락, 이번 조치가 엔화 강세를 일시적으로 저지하는데 그칠 것임을 암시했다. 이날 엔화 강세를 주도한 세력은 미국의 헤지 펀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회복으로 엔화 강세가 전개되면 저리의 엔화 자금을 빌려 미국 시장에 투자했던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 투자자들은 큰 손해를 보게 된다. 캐리 트레이드를 많이 활용해 온 헤지 펀드들은 이날 새벽부터 미 재무부 채권(TB)을 팔아제끼고 엔화로 전환했다. 국제시장의 외환딜러들은 엔-달러 환율이 엔고(高) 쪽으로 방향을 틀었으며, 조만간 1달러당 115엔을 향해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의 방어 의지를 시험할 것으로 전망했다. 엔화 급등은 일본의 1·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지난 97년 7~9월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 성장으로 반전, 예상보다 높은 경제성장이 예상됨에 따라 투자자들이 엔화의 대량 매입에 나섰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기획청은 올해 1·4분기 GDP가 지난해 4·4분기에 비해 1.9%의 실질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월가의 전문가들은 일본의 1·4분기 성장율을 0.23%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일본 경제의 빠른 회복은 미국 금융시장엔 나쁜 소식으로 전달됐다. 지난해 하반기 아시아 경제회복을 위해 세 차례나 금리인하를 단행한 FRB의 명분이 사라져 조만간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뉴욕 증시와 채권시장에 잠겨 있는 달러 표시 유동성이 이윤이 높은 엔화 시장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투자자들은 이번주 들어 4일째 미국 채권 투매에 나서 TB 30년물 금리는 이날 20개월만에 가장 높은 6.08%까지 치솟았으며, 다우존스 지수도 한때 160 포인트 폭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의 좋은 소식은 한국 등 주변 아시아국에는 유리하다. 전문가들은 90년대초 아시아 개도국들의 급성장은 엔고의 토대 위에 이뤄졌다는 점을 중시, 한국의 반도체, 대만의 전자, 필리핀·태국·중국 등의 저가 생필품 등의 산업이 호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상품에 대한 경쟁력이 높아지고, 아시아 최대 시장인 일본 시장에 대한 수출 여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뉴욕=김인영 특파원 INKIM@SED.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