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일정 기간 웃돌면 정부가 비상계획을 가동시켜 유류세를 선별적으로 내리기로 했다.
또 치솟는 기름 값을 잡기 위해 알뜰주유소 공급가격을 추가로 인하하고 민간 주유소의 혼합판매 활성화에 나서는 등 휘발유 유통구조 개선도 강력히 추진하기로 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과천청사에서 물가관계장관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갖고 "두바이유가 배럴당 130달러 이상을 5영업일 이상 지속할 경우 선별적으로 유류세 인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연초 배럴당 105달러에서 시작해 27일에는 122.56달러까지 오른 상태다.
박 장관은 다만 "모든 사람에게 유류세를 낮춰주는 것보다는 선별적으로 하는 게 더 효과가 크다고 본다"고 말해 우선적으로 취약계층에 국한해 유류세 인하에 나설 수 있음을 내비쳤다.
정부는 이와 더불어 알뜰주유소의 공급가격을 추가 인하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한 '알뜰주유소 확산 종합대책'을 3월 중 마련하기로 했다.
알뜰주유소 확산 방법은 ▦공급가격 추가 인하 ▦주유소 운영자금 지원 ▦신청자격 완화 ▦품질검사 방법 변경 등이다.
석유공사가 저렴한 현물을 미리 확보해 알뜰주유소에 공급하고 금융기관이 주유소에 운영자금을 지원해 공급선을 석유공사로 변경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369개인 알뜰주유소도 3월까지 430개로 늘리고 서울 등 주요 지역으로 확산시킬 방침이다.
중앙정부ㆍ지자체ㆍ공공기관 등이 석유제품을 한꺼번에 공동 구매해 가격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계획도 나왔다. 지금처럼 개별 부처ㆍ기관별로 석유제품을 분산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조달청이 공공 부문의 유류 수요량을 취합해 최저가 경쟁입찰로 정유사와 단가계약을 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낙찰정보를 오피넷 등에 공개하면 일반 소비자가격 인하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간 부문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주유소의 혼합판매 활성화를 유도하기로 했다. 현재 대부분의 브랜드 주유소들이 석유제품 전량을 자사로부터 공급받는 것이 관행처럼 돼 있는데 이를 타파해 정유사들 간 경쟁 체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국제 원당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요지부동인 국내 설탕 값 인하를 위해 제당업계가 가격을 내릴 때까지 정부가 설탕을 직수입해 풀기로 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를 통해 정부가 수입하는 설탕도 수요처에 직접 공급하고 오는 6월에 만료되는 설탕 할당관세율(0%)의 연장도 추진한다.
3월부터 한국형 컨슈머리포트 사업도 본격 시작한다. 3월 초 컨슈머리포트 1호 상품으로 등산화에 대한 심층적인 정보를 내놓고 상반기 10여개 생활 필수품들에 대한 가격정보를 낱낱이 공개할 계획이다.
수입품의 수입가격과 소매가격 차이도 공개한다. 상반기에는 한ㆍEU 자유무역협정(FTA), 하반기에는 한미 FTA 관세 폐지 또는 인하 품목들을 중심으로 가격 정보를 집중적으로 공개해 소매가격의 거품을 차단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