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김경규 성균관대학교 의대 교수

Z형 DNA 규명 "유전자 연구 새 장"<br>Z형구조 안정화에 성공 제대로 된 연구기틀 마련<br>학계 "53년B형구조 첫규명 왓슨박사 성과에 버금"<br>B형·Z형 결합한 'B/Z 정크션'도 세계최초로 밝혀



네이처지 표지와 ‘B형과 Z형,B/Z junction’ DNA 구조. 김 교수의 연구 성과는 1953년 B형 DNA의 이중나선 구조가 규명된 이래 인간이 풀지 못했던 DNA 연구를 가능케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53년 미국의 제임스 왓슨 박사 등이 B형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첫 규명하자 전 세계는 열광했다. 관련 논문이 ‘네이처’지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데 불과 했지만 왓슨 박사는 노벨상을 수상했다. 현재까지도 왓슨 박사의 DNA 구조 규명은 ‘기념비적인 발견’으로 꼽히고 있다. DNA는 단백질과 더불어 인체를 구성하는 2대 요소. 특히 DNA는 유전자 정보를 담고 있어 이를 조절하면 이론적으로 생명체의 운명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왓슨 박사의 업적은 생명공학, 분자생물학, 유전공학 등 신 학문의 탄생을 가능케 했다.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4월 수상자로 선정된 김경규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왓슨 박사에 버금가는 생명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DNA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 데 이 중 B형(오른쪽으로 꼬인 구조/일명 오른나사 구조), Z형(왼쪽으로 꼬인 구조/일명 왼 나사 구조) 등이 대표적이다. 왓슨 박사가 구조를 규명해 낸 것은 바로 B형. Z형 DNA는 1979년 존재 사실이 밝혀 졌을 뿐 구조의 불안전성으로 인해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김 교수는 구조를 안정화 시켜 Z형 DNA 연구를 가능케 했을 뿐더러 B형과 Z형이 결합된 ‘B/Z junction’ 이라는 새 DNA 구조를 규명,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Z형 DNA, 불안정해 연구 어려워 = 우리 몸에는 B형, Z형 등 수 많은 DNA가 존재한다. 이 중 대다수는 이중나선이 오른쪽으로 꼬인 B형 DNA다. Z형 다른 DNA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역할도 다소 차이가 있다. B형 DNA는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을 맡고 있다. 이에 비해 Z형 DNA는 유전자를 조절하고 발현하는 역할이다. 인간을 분석하는 데 B형 못지 않게 Z형에 대한 연구도 필수 불가결이다. Z형 DNA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1979년에 알게 됐다. 그 이후 구조와 기능에 관한 연구가 수행되고 있으나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Z형 DNA가 B형 DNA의 유전자 발현 과정에서 잠시 생겨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Z형은 임시 DNA로 매우 불안정 해 제대로 된 연구가 어려웠다. ◇새로운 DNA 분석의 장을 열다 = Z형 DNA 연구에 있어 첫째 조건은 안정된 형태를 만드는 것. 김 교수는 바로 이것을 가능케 했다. 김 교수는 Z형 DNA에 특이하게 결합하는 단백질을 이용, 매우 안정화 된 Z형 DNA를 얻었다. Z형 DNA 연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덧붙여 김 교수는 B와 Z형이 한데 결합된 ‘B/Z junction’ DNA 구조도 규명해 냈다. 왼쪽과 오른쪽으로 꼬인 두 종류의 DNA가 한데 모인 ‘B/Z junction’의 입체구조를 전 세계 최초로 규명한 것이다. 김 교수의 이 같은 성과는 왓슨 박스의 B형 DNA 구조 규명 이후 DNA 연구에 마침표를 찍은 쾌거로 평가 받았다. 네이처지는 지난해 10월 이 논문을 표지논문으로 장식했다 ◇Z형과 B/Z junction DNA의 기능을 찾아라 = 앞으로 남은 과제는 Z형 DNA 기능을 분석하는 일이다. 아울러 김 교수에 의해 새롭게 드러난 B/Z junction DNA가 과연 어떤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는 지도 밝혀내야 될 과제다. 현재 Z형 DNA의 경우 암, 천연두 등 감염질환을 유발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김 교수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Z형 DNA가 생성되지 못하도록 막는 다면 감염질환 치료가 가능해 진다. B/Z junction DNA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서는 현재 드러난 것은 없다. 하지만 이 DNA 역시 우리 몸에서 매우 중요한 기능을 담당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연구가 진행중이다. Z형과 B/Z junction DNA의 연구의 밑거름을 제공한 것이다.
"상용화 가능성보다 발견 자체에 큰의미"

2005년 10월 네이처지에 연구성과가 발표된 이후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주목 받는 과학자로 부상했다. 연구성과가 2005년 국내 과학기술 10대 뉴스로 선정됐을 정도다. 그는 인터뷰에서 "상업적 활용도 보다는 순수 발견 측면에서 더 높게 봐달라" 는 말을 먼저 꺼냈다. 그는 "응용 가능성 보다 이번 연구는 베일에 가려져 있던 Z형 DNA에 대한 본격적인 탐사 시대를 열었다는 점이 무엇보다 큰 성과이다"고 말했다. 이 이면에는 앞으로 DNA 연구가 가져올 부산물이 적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김 교수는 "30년 후에는 새로운 연구 방법이 개발돼 현재 보다 더 많은 DNA 기능을 찾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DNA 연구를 통해 암 정복 등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머지 않아 이 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사실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의 모 교수는 김 교수의 연구 성과가 생물학 영역을 넘어서는 파장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B형 DNA 뿐 아니라 Z형 DNA 등 인간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DNA 연구를 통해 인간이 밝혀낼 것이 무궁무진 하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 성과가 나오게 되기 까지는 김 교수를 비롯 하성철 박사, 김양균 중앙대 의대 교수 등이 공동으로 참여, 3년간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울러 연구원들의 땀과 노력도 베어 있다. DNA 연구의 최종 목표 질문에 대해 그는 "인간에 대해 잘 알자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불치병 치료 등 현재 할 수 없는 것들이 가능해 진다"고 말했다. ◇약력 ▦서울대 화학과 졸업 ▦94년 서울대 화학과 박사 ▦ 98~2000년 경상대 식물분자생물연구소 조교수 ▦(현) 성균관대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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