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토지공사 너무 하네"

판교 택지공급 계약 일방적 파기<br>옛 주공자회사 한성과 隨契 특혜 논란에<br>한성측 "中企라고 희생양 삼나…소송불사"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 판교 아파트부지를 두고 옛 공기업과 현(現) 공기업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대한주택공사 자회사였던 ㈜한성은 과거 건설업계에서 한솥밥을 먹던 한국토지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불사하겠다’고 벼르고, 토공은 ‘할 테면 해봐라’고 버티는 상황이다. 업계는 두 기업을 ‘다윗과 골리앗’에 빗대면서 이들의 대립에 주목하고 있다. 다윗 ‘한성’과 골리앗 ‘토공’의 대립은 일방적인 약속 파기에서 비롯됐다. 당초 한성은 ‘협의양도’ 아래 지난 71년부터 보유하고 있던 판교 택지지구내 부지 2만9,424평을 662억원(평당 225만원)에 토공에 매각하고, 대신 토공은 지구내 공동주택지 1만687평을 1,426억원(평당 1,334만원)에 한성에 되팔기로 했다. 하지만 토공은 지난달 31일 일방적으로 공동주택지 공급철회 결정을 전달했다. 지난해 5월 건설교통부 승인 아래 공급토지의 필지까지 지정해 한성에 확정 통보한 지 8개월 만이다. 이미 판교 부지를 토공에 매각한 한성은 이번 계약을 재기의 발판으로 삼았다가 뒤늦게 뒤통수를 맞은 격이었다. 이원규 한성 이사는 “토공이 지난해 10월께 내부적으로 공급철회 방침을 세우고도 공식 통보없이 시간만 끌고 있다”며 “소송을 준비하고 있지만 지난달 31일 전달받은 공문이 최종 통보가 아닌 안내 성격이라 당장 소송에 착수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토공의 입장 변화에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특혜시비가 작용했다. 일부 정치인과 시민단체가 판교 택지를 수의계약으로 우선 공급하는 것은 특혜라고 주장했기 때문. 토공은 특혜시비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소 건설업체를 희생시키는 고육책을 택했고 한성이 제풀에 지치도록 ‘시간끌기’에 나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풀이했다. 매출 580억원에 전직원 180명에 불과한 ‘다윗’ 한성이 ‘골리앗’ 토공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2~3년 가량 이어질 소송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추측에서다. 토공 판교사업단 관계자는 “(약속을)번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수의계약에 대한 정당성에 이의가 제기되다 보니 재검토할 수밖에 없었다”며 “한성측이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한성은 토공의 공동주택지 공급철회 방침이 전해지자 담당 이사와 팀장을 인사조치했다. 주택공사 자회사 시절부터 한성에서 근무해 온 직원들이다. 옛 주공 직원이 토공의 약속 번복으로 곤경에 처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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