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울산콤플렉스에 제2 고도화설비(FCC)를 건설한다. 인천정유 인수로 정제능력을 늘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동시에 고도화설비 투자를 통해 제품 생산을 고부가가치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신헌철 SK㈜ 사장은 지난 12일 울산콤플렉스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고도화설비는 보리쌀(벙커C유)을 쌀(경질유)로 바꾸는 것”이라며 “인천정유 인수와 FCC 투자를 통해 SK㈜의 미래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사장은 “아울러 국내에 쿠웨이트 등 중동산 원유를 저장할 수 있는 대규모 물류기지 건립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동원유 물류기지에 대해 신 사장은 “쿠웨이트ㆍ아랍에미리트ㆍ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산 원유의 동북아 물류기지를 국내에 만든다면 에너지 안보 차원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동산 원유 물류기지는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SK㈜의 제2 FCC 건설은 그 동안 인천정유 인수 이후 이어질 투자로 인해 보류될 수 있다는 분석이 증권가에서 제기돼왔다. 신 사장은 “고도화설비는 정유사의 미래경쟁력”이라며 “제2 FCC는 40~44개월이면 가동이 가능할 것”이라며 “울산콤플렉스에 6만~7만평의 유휴지가 있고 울산시로부터 5만~6만평의 기업도시 부지를 매입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사장은 인천정유 인수작업에 대해서도 자금조달을 둘러싼 일부의 우려가 있지만 계획대로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오는 10월20일 SK㈜가 수입하는 원유가 인천정유에 처음 공급될 것”이라며 “인천정유의 정상화가 이뤄진 후 여유를 가지고 수소첨가분해공정(HOU)과 같은 추가 투자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 사장은 인천정유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주식의 매각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영업이익과 SK텔레콤 ADR 매각에 따른 환입금 1,100억원, 인천 용현동 부지, 본사사옥 등을 매각할 경우 독자적으로 충분히 인수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초 인천정유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던 시노켐과의 전략적 제휴관계에 대해 신 사장은 “인수단계에서 제안을 받았지만 현재로서는 거절한 상태”라며 “하지만 앞으로 윈윈할 수 있고 더 큰 시너지가 만들어진다면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신 사장은 정부에 에너지 외교를 한층 강화해줄 것을 주문했다. “대통령의 러시아ㆍ카자흐스탄ㆍ브라질 순방이 한국의 석유개발권 획득에 큰 도움을 줬다”며 “안정적 에너지수급을 위해 연내 노무현 대통령의 중동 순방이 있기를 바란다” 고 신 사장은 말했다. 신 사장은 노 대통령과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의 도움이 컸던 카자흐스탄 잠빌 광구의 이름을 ‘잠빌(MHHB)’로 바꿀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