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WBC를 보고 斷想에 잠기다

한국야구대표팀이 야구 종주국 미국에 “대~한민국” 함성과 함께 태극기를 휘날렸다.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에서 야구 종주국이자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강의 실력을 자랑하는 미국을 무너뜨리고 일본에 2연승을 거두며 6전 전승으로 4강에 오른 것이다. 미국인 선교사 필립 질레트가 지난 1905년 우리나라에 야구를 들여온 지 101년 만에 한국 야구사의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다. 우리 대표팀은 벼랑 끝까지 몰렸다가 운 좋게 준결승전에 오른 일본과의 세 번째 대결에서는 아쉽게 패해 결승행 티켓을 놓쳤다. 하지만 숱한 명승부를 펼치며 감동의 드라마를 연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비록 상식 이하의 대회 규칙으로 인해 최고의 승률을 거두고도 결승 문턱에서 좌절한 것이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우리 국민 모두 선수들에게 가슴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우리 대표팀의 눈부신 선전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해외파 선수들과 국내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된 실력 위주의 최정예 팀 구성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들 수 있다. 또한 위기 때마다 온몸을 던진 그물수비와 찬스에서 어김없이 결정타를 날리는 강한 집중력을 발휘한 선수들의 승리를 향한 불타는 의지가 빛났다. 덕장으로 소문난 김인식 감독의 적절한 타이밍에 발휘된 탁월한 용병술과 작전, 그리고 선수들에게 믿음과 사기를 불어넣은 ‘휴먼 볼(human ball)’은 파워 중심의 미국 ‘빅 볼(big ball)’과 데이터를 중시하는 일본의 ‘스몰 볼(small ball)’보다도 진가를 발휘했다.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보여준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현지의 응원은 또 다른 감동이었다. 폭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목청껏 외치던 “대~한민국”, 미국인 관중까지 따라 외치던 “대~한민국”이 아직도 눈에 선하고 귀에 쟁쟁하다. 이번 대회를 보면서 다시 한번 떠올린 것은 ‘눈에 보이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의 그림자일 뿐이다’는 말이다. 대회 1라운드를 거쳐 2라운드에서 미국과 일본을 연달아 격침시키며 6전 전승을 거두기 전까지는 한국 야구는 세계의 이목에서 벗어나 있었던 게 사실이다. 객관적인 실력차와 미국ㆍ일본 선수들과의 연봉비교, 경기장 시설, 관중 동원 등 눈에 보이는 것들만 가지고는 우리 대표팀의 4강 진출은 사실 무리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다른 나라 팀이 눈여겨보지 않은 탄탄한 실력과 서로의 믿음, 그리고 무엇보다도 희망이 있었던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어려운 환경과 주변의 편견으로 인해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펼쳐볼 기회마저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우리 사회가 좀더 남을 배려하고 포용하며 관용을 베풀 수 있는 사회가 되고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는 여건이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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