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투서 등 시달려… 전력 시비도 제기/일부 “대통령에 누되는 일로 사퇴” 해명김영삼 대통령은 6일 아침 공로명 외무장관의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에 유종하 외교안보 수석 비서관을 임명, 외교안보 수석에는 반기문 의전수석을 발탁했다.
지난 5일 하오부터 공 전 장관의 사의 표명설이 불거지자 이날 아침 서둘러 인선을 발표한 것이다.
아태경제협력체 정상회의 및 각료회담과 동남아 순방을 2주일 앞둔 시점에서 이루어진 이번 인사는 강을 건너다가 말을 갈아탄 것과 같아 공 장관의 퇴진에 무엇인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는 시각이 강하다.
청와대의 윤여준 대변인은 공식 발표에서 ▲공 장관은 과로로 건강이 악화되어 사표를 제출했으며 ▲김 대통령은 공 장관이 재임중 유엔 안보리 진출 등 많은 공적을 쌓았는데 혹사로 건강이 악화돼 퇴임하게 된 것을 마음아프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 장관의 돌연한 사퇴는 건강상 이유 외에도 외무부내에서의 인사를 둘러싼 잡음과 투서, 최근 다시 제기되고 있는 공 장관의 6·25당시 인민군 복무전력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공장관은 경기중학교 5학년 재학중이던 6·25 당시 인민군소속 학도 의용군으로 복무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후 그는 인민군을 탈출했고 서울법대에 진학한 뒤 국군 통역장교로 5년간 근무했다.
이같은 사실은 이미 지난 94년 외무장관 취임 직후에도 문제가 되었으나 이를 적절히 해명해 넘어갔었다.
한차례 거쳐간 전력시비 때문이 아니라 새로운 비리문제가 불거졌다는 설도 있으나 설득력은 약한 편이다. 김대통령 자신이 「부패척결」을 외치면서 비리를 저지른 부하를 퇴진시키며 감싸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외무부 내에서는 공장관의 인사와 관련해 많은 잡음이 일었고 외부 기관으로 투서가 난무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이 부분이 주목받고 있다. 한 고위 관계자는 조심스럽게 『공 장관이 대통령에게 누가 되는 일과 관련해 사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종하 외교안보 수석이 외무장관에 임명된 것에 대해서는 눈앞에 닥친 외교일정 등 업무의 연속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무리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반기문 신임 외교안보수석의 경우도 의전수석으로서 외교안보관련 현안에 근접해 있었기 때문에 「당장 가동할 수 있는 카드」로 인정받은 셈이다.
한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연말 당정 개편과 관련, 『속단할 수는 없지만 대폭적인 당정개편보다는 국방장관이나 이번 외무장관 교체와 같이 인사요인이 생길 때마다 그때 그때 하는 수준이 아니겠느냐』고 전망했다.
김 대통령이 OECD 초대 대사를 현직 경제장관 중에서 임명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어 국회비준이 마무리되는 대로 새 장관 임명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우원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