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포괄수가제 종합병원 이상 확대적용

김윤

김선행

정부는 7월1일부터 종합병원 이상 대형병원에서도 7월1일부터 포괄수가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포괄수가제란 일련의 치료행위를 하나로 묶어 진료ㆍ처치 횟수나 종류에 상관없이 가격을 일률적으로 매기는 방식이다. 진찰ㆍ검사ㆍ처치ㆍ입원ㆍ의약품 등에 일일이 따로 가격을 매겨 합산하는 행위별수가제가 과잉진료를 유발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백내장ㆍ편도ㆍ맹장ㆍ항문ㆍ탈장ㆍ자궁제왕절개 등 7가지 수술의 입원진료비에 포괄수가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병원계에서는 “환자에 따라 상태의 차이가 큰데 똑같이 보상하는 것은 진료의 다양성을 보장하지 못한다”며 “의료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찬성 : 김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장


중증 환자 기피 가능성 낮아
수술 거부 대신 소통 나서야


지난해 이맘때쯤 포괄수가제 도입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또다시 되풀이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병원과 의원에 먼저 도입했던 포괄수가제를 오는 7월 종합병원에까지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 이를 앞두고 대한산부인과학회는 현행 보건복지부 계획대로 포괄수가제가 시행되면 "복강경 수술을 거부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천명하고 나섰다. 도대체 무슨 심각한 문제가 있기에 의료계는 또다시 '수술 거부'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꺼내 들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의료계는 포괄수가제가 도입되면 병원들이 중증 환자에 대한 진료를 기피하고 의료의 질이 떨어질 것이며 의료기술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왜냐하면 포괄수가제에서는 환자의 질병이나 수술에 따라 미리 정해진 진료비를 병원에 지불하기 때문이다. 환자가 받은 검사와 투약 등에 비례해서 진료비를 받는 현재의 행위별수가제와 달리 포괄수가제에서는 병원들이 가능한 한 비용을 적게 들여 더 많은 수익을 내려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료계의 주장대로 포괄수가제가 확대 시행되면 이런 우려들이 현실화될까.

지난 1년간 병원과 의원에 먼저 포괄수가제를 적용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런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포괄수가제 도입 전후에 병원과 의원에서 진료한 중증 환자의 수는 거의 차이가 없었다. 다시 말해 병원과 의원이 진료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중증 환자를 기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의료의 질도 낮아지지 않았다. 제도 도입 이후 백내장 수술에 사용하는 인공수정체를 포함해서 값싸고 질 낮은 재료를 더 많이 쓰는 병원과 의원도 거의 없었으며 합병증 발생률도 매우 낮았다.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새로운 의료기술은 제도 도입 전에 비해 더 많이 쓰이는 것도 있고 더 적게 쓰이는 것도 있었다. 따라서 포괄수가제 도입 이후 새로운 의료기술이 덜 사용되고 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의료기술 발전을 가로막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지난 1년간 포괄수가제를 종합병원에 확대하기에 앞서 의료계의 의견을 수용하려 적지 않은 노력을 했다고 한다. 병원이 중증 환자를 기피하지 않도록 환자분류체계를 세분하고 병원이 손해 보지 않도록 진료비를 조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제도 시행 보름을 앞두고 의사들이 '수술 거부'를 천명한 것을 보면 결과적으로 정부의 노력이 충분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의료계와 정부의 불신의 벽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통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다시 한번 정부는 의료계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고 마지막까지 새로운 대책은 없는지 고민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설득해나가야 할 것이다.

의료계도 '수술 거부'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환자를 불안하게 만들기보다는 정부와의 소통과 타협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객관적인 근거와 합리적인 대안을 바탕으로 정부와 함께 협력해 개선책을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서로를 믿지 못해 의료계의 '발목잡기'와 정부의 '밀어붙이기'라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면 우리 의료에 미래는 없다.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게 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반대 : 김선행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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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적자 커지고 의료 질 저하
피해 줄이는 보완책 논의부터


"(환자) 제가 요실금 증상이 너무 심한데 이번에 자궁 수술을 받으면서 요실금 수술을 같이 할 수 없을까요? 전신마취를 여러 번 하는 것도 너무 무섭고…" "(의사) 그럼요, 당연히 가능합니다"

지금까지는 이런 대화가 가능했다면 7월1일부터는 '옛날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다름아닌 포괄수가제가 이날부터 상급종합병원으로까지 전면 확대 시행되기 때문이다.

포괄수가제는 병원에서 시행한 검사ㆍ치료ㆍ주사ㆍ약 등 각각의 가격을 따로따로 계산해서 모두 합산하는 행위별수가제와 달리 정해진 질병군에 해당하는 환자가 병원에 왔을 때 그 환자의 질병 종류와 정도에 따라 국가에서 정해놓은 일정한 액수의 진료비를 지불하는 제도다. 다시 말하면 질병의 종류와 정도가 결정이 되면 어떠한 검사를 하고 어떠한 치료를 받더라도 모두 똑같은 병원비를 내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포괄수가제는 정부에서 밝힌 바와 같이 적정진료를 통해 건강보험의 재정을 지키고 국민의 입장에서 예전에는 비급여 항목이라고 해 건강보험이 부담해주지 않았던 내 치료비를 건강보험이 모두 부담해준다는 장점이 있을 수도 있다.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의해 자궁적출술과 요실금 수술을 같이 받아도 된다는 판단이 섰고 그래서 두 가지 수술을 동시에 시행한다면 환자는 자궁적출술에 대한 병원비만 지불하면 된다. 소위 '1+1'의 혜택을 누리는 셈이다.

하지만 병원 입장에서 보면 수술재료비 한 가지만 해도 수십만원이 되는 요실금 수술을 하고서 환자나 건강보험으로부터도 한 푼도 받을 수가 없다. 결국 병원은 엄청난 적자에 시달려 운영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는 포괄수가제 시범사업 평가에서 "의료의 질적 저하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이는 행위별수가를 적용하는 의료기관이 함께 공존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상급종합병원들의 경우 주로 중증(복합ㆍ동반상병) 환자를 보게 되는데 향후 이러한 동시 수술은 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게다가 '자궁 및 자궁부속기 수술'이 하나의 질병군으로 묶여서 실제로 거의 모든 수술이 포괄수가제 대상이 되는 산부인과에서는 한 번에 할 수 있는 수술임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따로따로 수술을 받도록 하는 일이 분명 생겨날테고 이로 인한 국민들의 번거로움과 의료의 질적 저하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포괄수가제의 장점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현재 정부에서 밀어붙이고 있는 '병원급 7개 질환 포괄수가제 시행'을 반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비단 동시수술 문제 하나만은 아니다. 대한병원협회, 상급종합병원협의회와 사립대의료원장협의회 등에서 밝힌 바와 같이 ▦포괄수가제 대상 이외 동시수술의 경우 별도 청구 보상 ▦신의료기술 장비ㆍ재료 별도보상 ▦임상현실의 환자 중증도 최대한 반영 ▦비용열외군 기준 완화 ▦환자분류체계(일부 적응증 제외) 개선 ▦비보험 약제 및 치료재료의 현실적 수가 적용 등이 반영돼야 한다.

문제점이 보완되지 않은 정책을 일단 먼저 시행부터 하고 차차 고쳐가자는 것은 잠정적인 피해자를 무시하자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 모든 피해가 궁극적으로는 의료의 질 하락으로 이어지고 국민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보건복지부에서도 병원계의 고민을 듣고 반영하기 위해서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만큼 포괄수가제 보완을 위한 논의가 조속히 그리고 신중하게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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