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공교육정상화법이 선행학습 부채질?

사교육걱정없는 세상 분석

9월 시행 앞두고 학원 과열… 작년 3.8년 → 올 4.2년 악화

절대평가 바뀌는 영어 대신 수학·과학 강의 대폭 늘려


공교육 과정에서 선행학습을 금하는 내용의 '공교육정상화법'이 오는 9월 시행을 앞둔 가운데 사교육 기관들의 선행학습 양태는 올 들어 더욱 심각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 들어 학원들은 수학ㆍ과학 교과를 중심으로 선행학습을 대폭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당국의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7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서울 내 대표적인 사교육 과열지구인 강남ㆍ강서ㆍ중계ㆍ송파구의 주요 중ㆍ대형 학원 13곳을 대상으로 사교육 선행학습 정도를 평가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학원의 평균 선행학습 추이는 4.2년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3년과 2012년 조사 당시의 평균 3.8년보다 한층 더 심해진 것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는 "선행학습금지법 시행을 앞두고 사교육 과열지구 학원들의 선행학습 정도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에 비해 선행학습의 양과 질이 모두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현행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특히 수학과 과학 교과를 중심으로 선행교육이 봇물을 이루고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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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체에 따르면 강서구 A학원은 중학생을 대상으로 영재고ㆍ과학고반을 편성해 대학 수학에 포함되는 정수론 입문과 정수론 등을 강의했다. 강남구 B학원은 초등학교 4학년생을 대상으로 영재고 대비반을 편성해 고1 수학을 지도했다. 강남구의 다른 C학원도 역시 초등생을 대상으로 경시대회 대비반을 편성하고 일반 고교 이과의 고3 과정인 화학2, 물리2 등을 수업 내용에 포함시켰다. 이들 학원의 선행학습 정도는 각각 6~7년에 달했다.

이처럼 사교육 기관의 선행학습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오는 9월부터 공교육 과정의 선행학습이 금지되면서 자녀가 뒤처질 것을 우려한 학부모들 수요가 선행학습이 가능한 학원가로 몰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선행학습 금지법이 공교육 과정만을 대상으로 함에 따라 재수생과의 경쟁 저하 가능성 등이 우려되자 선행학습을 실시해온 일부 학원들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 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 공교육정상화법이 사교육 기관의 선행학습 광고나 홍보를 금하면서도 별도의 처벌 규정을 두지 않아 사실상 강제로 규제할 방법이 없다는 점도 학원들이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선행학습 파이'를 키우는 주요 방편이 되고 있다.

아울러 영어 과목의 평가 수준이 절대평가 전환 가능성 등이 예고되며 갈수록 쉬워지고 있는 점도 수학과 과학 과목에서 선행학습이 폭증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는 "실제 선행학습 정도가 심해진 학원들은 초등생 학원과 중등생 학원을 막론하고 모두 수학ㆍ과학 강의를 개설한 경우"라며 "입시 부담이 줄어드는 영어를 대신한 사교육 '풍선효과'가 실제 확인되고 있는 것으로 진단된다"고 말했다.

특히 수학ㆍ과학 성적을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영재고등학교의 경우 선행학습금지법 시행 대상에서 규제 예외돼 자녀에게 좀 더 유리한 교육 환경을 심어주려는 수요가 기형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영재고의 교과 과정을 미리 습득할 경우 그만큼 입학에 유리해지고 이는 결국 상위권 대학 입학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일각에서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는 "수학ㆍ과학 과목으로 선행학습이 집중되며 '타고난 영재'가 아니라 '만들어진 영재'가 집중 양산될 경우 학습 진도를 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이 발생하는 등 숱한 부작용이 예상된다"며 "당국의 행정지도 강화와 함께 사교육 부문의 선행학습 등을 금하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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