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최악의 불황을 겪었던 자동차회사들은 신차를 앞세워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올해 선보이는 신차는 8개종이지만 변형모델까지 합하면 20여종에 이른다. 현대자동차가 지프형 미니밴 등 4종류, 대우자동차는 3종류, 기아자동차는 2종류를 준비하고 있다.현대는 중형 미니밴 FO(프로젝트이름), 지프형 자동차 SM, 다이너스티 후속모델인 대형승용차 LZ, 엑센트 후속인 LC 등을 출시할 예정이다. 대우는 지난 97년말 라노스를 시작으로 지난해초 마티즈까지 잇따라 신차를 발표했기 때문에 올해는 신차가 적다. 기아는 소형미니밴 RS와 소형차 B-3을 내놓는다.
올해 가장 관심을 끄는 부문은 미니밴시장. 3개사가 모두 새차를 선보인다.
현대는 FO, 기아는 RS, 대우는 U-100을 각각 내놓는다.
현대가 7월께 선보이는 미니밴 FO는 카니발보다는 작은 중형급으로 엔진은 그랜저 XG에 사용되는 델파엔진을 개조한 것이다.
기아는 히트작 카니발의 LPG 차량을 3월께 선보이고 1,500CC짜리 소형미니밴 RS를 상반기에 내놓는다. RS는 카니발보다는 작고 현대정공의 싼타모와 비슷하지만 공간활용성이 뛰어나 제2의 카니발 돌풍이 기대된다.
대우는 누비라를 기본으로 한 소형 미니밴 U-100을 연말에 출시한다. 대우의 첫 미니밴이 되는 U-100은 싼타모와 비슷하며 1,500~2,000㏄까지 3개모델이 있다.
대우가 올해 가장 기대를 갖고 있는 모델은 누비라 후속인 J-150이다.
J-150은 실내 인테리어를 고급화하고 편의성을 중형차수준으로 높였다. 배기량은 누비라와 같은 1,500~2,000㏄급으로 2월말 첫선을 보인다. 이 차는 기존의 누비라스타일을 완전히 바꾼 신차로 누비라 못지 않은 인기를 모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우가 올해 국내외시장을 공략할 주력차종으로 삼고 있는 이차는 기존의 슬림타입 헤드램프를 원형 듀얼램프를 내장시킨 레간자스타일의 대형램프로 교체하고 라디에이터 그릴은 대우 패밀리룩을 유지하면서 보다 세련되게 바뀐게 특징이다. 엔진은 독자개발로 성능을 크게 개선한 1.5, 1.8 DOHC로 교체, 주행성을 높였다. 수출용 모델에는 2.0 외에 7월부터 르노의 1.9 급 디젤엔진을 추가, 유럽 디젤승용차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J-150은 구형보다 커보이는 차제에 듀얼에어백, 전동식 선루프, 가죽시트 등 고급편의장치를 구비해 경제성을 중시하는 중형차 소비자를 끌어들일 것으로 기대된다. 왜건형과 해치백형의 경우 트렁크 활용도가 높아 레저 및 업무용으로 인기가 높다.
대우는 또 하반기에 레간자와 체어맨의 중간급 승용차인 P-100을 출시한다.
현대가 3월에 출시되는 8기통 4,500CC급 LZ는 올해 대형차 시장의 최대변수로 꼽힌다. 다이너스티보다 고급으로 실내공간과 차체가 넓고 길어졌으며 일본 미쓰비시와 공동개발한 V8 GDI엔진은 기존 엔진보다 연료소모가 30% 정도 적고 출력은 10% 이상 높다. 실내에는 음성인식 경보장치, 뒷좌석 사이드에 에어백, 초음파 진동 사이드미러 등 첨단장치도 설치돼 있다.
자동차업체들은 지난해 사상 최악의 불황에 시달렸다. 내수가 무려 50%이상 줄어드는 고전을 했다. 자동차 내수는 꾸준한 증가세를 기록하다가 97년에는 151만3,000대로 첫 감소세를 보였으며 지난해에는 국내 전체 내수가 70여만대에 머물렀다. 지난해 현대의 내수판매실적은 30만7,976대로 97년보다 52.8% 감소했으며 대우는 23만4,336대로 44.4%, 기아는 16만1,940대로 54.3%나 줄었다. 내수와 수출을 합한 전체 판매실적은 현대가 96만7,594대로 전년보다 26.3%, 대우가 89만3,295대로 7.8%, 기아가 46만7,545대로 33%나 줄었다.
자동차회사들은 올해 경기가 호전될 것으로 보고 판매량을 크게 늘려잡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첫해 극심한 내수침체로 치명타를 입었던 내수판매는 IMF이전으로 회복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자동차 공급능력은 IMF체제 이후 인력감축과 차종별 생산라인 조정, 투자축소, 공장가동시간의 감축 등으로 감소세가 불가피하겠지만 내수 및 수출 호조와 경차판매 증가로 전체공급 능력을 늘어날 전망이다.
내수판매의 경우 높은 실업률과 소득감소 등 수요감소 요인이 남아 있지만 국내경기의 점진적인 회복과 다양한 신모델 출시, 1가구 2차량 보유 중과세 폐지, 취득세에 붙는 농특세 및 교육세 폐지 등으로 지난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 대우, 기아 등 완성차업계가 올해 내수 및 수출목표치는 모두 306만5,000대. 이는 자동차공업협회, 경제연구소들이 예상하는 내수 84만~90만대, 수출 134만~145만대로 모두 218만~235만대임을 감안할 때 치열한 판매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현대는 내수와 수출을 합해 111만5,000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룹내 자동차부문 통합후 내수 43만5,000대, 수출 68만대로 매출 13조6,000억원을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내수에서 딜러를 270개에서 450개로 늘리고 해외시장에서는 부가가치가 높은 중형차위주의 수출확대전략을 펼치기로 했다. 연구개발부문에서는 매출액의 6.5% 수준인 8,9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현대는 기아와의 통합에 따른 시너지효과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우는 더 의욕적이다. 국민차·상용차·쌍용차부문을 합해 모두 115만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내수의 경우 지난해보다 무려 71% 증가한 승용차 34만대, 상용차 6만대 등 40만대를 목표로 했다. 대우는 IMF경제위기의 분기점이 될 올해를 내실경영의 토대를 다지는 해로 설정하고 고객만족, 주주만족, 직원만족을 경영방침으로 판매목표달성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지난해 현대인수이후 새출발을 한 기아는 내수 30만대, 수출 50만대 등 모두 80만대를 잡고 있다.
올해 자동차시장은 어느해보다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연성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