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9월 4일] 제2의 유전, 원자력 발전

한없이 치솟던 국제유가가 주춤거리더니 배럴당 11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우리 경제를 위해서는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수급불균형 상황에 놓여 있는 유가는 언제든 상승추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에너지 부존자원이 거의 없는 우리로서는 여전히 불안한 일이다. 이런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국제유가에 보다 자유로운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을 통해 에너지 자립을 서둘러야 한다. 잘 알다시피 지금 각국은 원자력발전 확대에 앞다퉈 나서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가 열리고 있다. 지난 1970년대 이후 원전건설을 완전 중단했던 미국은 30여년 만에 30기 이상의 신규 원전건설을 추진 중이다. 55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는 일본도 3기를 건설 중이고 건설계획 중인 것도 11기에 이른다. 그동안 원전건설에 부정적이었던 국가들도 종전의 입장을 바꿔 원전건설을 재개하고 있다. 영국은 올 초 에너지 안전보장 및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신규 원전건설 추진을 발표하고 에너지법안을 공표한 바 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이 원전 확대에 나서는 이유는 경제성이 뛰어난데다 원전연료의 공급안정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원전은 발전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이점이 있다.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ㆍ풍력보다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낮다. 일부에서는 발전소 운전 중 발생할지도 모르는 원전안전성에 대해 염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978년 고리1호기를 본격 가동한 이후 지난 30년간 원전을 성공적으로 운영, 원전 선진국으로 도약했다. 최근 5년간의 원전이용률은 평균 93%로 세계 평균을 훨씬 상회하고 있고 원전 1기당 연평균 고장 건수는 0.6건 이하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미국의 원전이용률은 약 87%, 1기당 고장 건수는 1.1건이었고 프랑스는 각각 76%, 2.4건이었다. 이들 원전 선진국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의 원전안전성이 얼마나 뛰어난 수준인가를 알 수 있다. 우리의 뛰어난 원전안전성의 배경에는 안전설계 못지않게 철저하게 운영되고 있는 안전관리체계가 있기 때문이다. 원전은 정해진 규정과 절차에 의해 엄격하게 운영ㆍ관리되고 있으며 사업자와 정부, 그리고 세계적 수준의 규제전문기관이 기능별ㆍ단계별로 역할을 분담,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확인하는 이른바 ‘3각 체제’를 갖추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은 원전건설 중단으로 원전설계 및 시공, 원전 운영능력을 보유한 인력들이 크게 감소했다. 반면 우리의 경우 원전 20기를 건설ㆍ운영해오면서 원전설계ㆍ시공ㆍ운영능력을 보유한 전문인력을 꾸준히 육성해왔다. 그 결과 우리는 원유 매장량이 전무한 자원빈국이기는 하지만 원자력 분야에서만큼은 높은 기술과 많은 인력, 그리고 운영경험을 확보한 원자력부국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풍부한 인적자원을 갖춘 우리나라의 원자력산업은 일종의 유전에 비견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중동의 산유국처럼 석유는 아니지만 ‘원자력 자원’이라는 유전을 갖고 있는 ‘원자력 산유국’이라고 생각한다. 향후 국가 에너지정책은 고유가와 환경 여건을 동시에 만족시켜야만 한다. 수급불균형에 놓여 있는 국제유가는 어느 순간 고유가 추세로 돌아설지 모를 일이다. 또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교토의정서 발효와 발리 로드맵 채택으로 오는 2013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의무 부담에 대한 논의는 본격화될 게 틀림없다. 그렇다면 경제성과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환경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자립형 에너지원은 무엇일까. 신재생에너지가 환경성은 뛰어나지만 경제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점을 감안할 때 원자력발전의 비중 확대는 불가피하다. 지난 30년 동안 원전을 운영해오면서 원전안전성을 충분히 확보한 만큼 지구온난화 문제와 에너지안보를 위해서도 원전에 대한 인식 전환이 절실한 때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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