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전문가들 "2003년 7월 상황을 복기해보면…

"BIS 비율 3%포인트 하락은 납득할수 없어"

외환은행 매각 당시 BIS비율이 6개월만에 9%대에서 6.16%로 추락한다고 추정된 것을 두고 금융업계 전문가들이 갑론을박하고 있다. BIS비율이 한꺼번에 3%포인트 이상 떨어질 수 있다는 데 대해 대해 '조작설' 외에 다른 가능성을 고려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지만 2003년 당시 시점에서는 이같은일들이 '충분히 가능했다'는 견해에 다소 무게가 실리는 양상이다. 1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당시 경제 전반 및 외환은행의 상황을 감안했을 때 2003년 6월 기준 9.14%로 산정됐던 외환은행의 BIS비율이 2003년말에 6.16%로 떨어질수 있다는 추측이 반드시 조작이 개입되지 않아도 가능한 일이라는 목소리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한투증권 이준재 애널리스트는 "당시 외환은행은 대규모 자본 확충이 필요했다"며 "특히 카드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던 데다 출자전환한 기업 가치에 큰변동이 있어 연말 기준으로 1조7천억원의 충당금이 필요할 수 있다는 비관적인 가설이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외환카드는 대손충당금이 갑작스럽게 늘어나는 계기를 제공한 것으로 증언되고 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2003년 7월이면 LG카드의 유동성 위기가 시장에서 슬슬 흘러나오던 시점"이라며 "시장에선 외환카드를 시작으로 외환은행, 국내은행, 은행권전체로 부실이 전가되면서 제2의 금융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고 말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당시에는 카드사 경영진의 하루 주요 일과 중 재무팀이 오늘은 얼마나 자금을 유치해 왔는지를 점검하는 일일 정도로 상황이 다급했다"고 증언했다. 자금 조달 및 감독기관과의 관계도 외환카드의 충당금이 향후 급격하게 늘어난이유가 됐다.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으려면 당기순손실이 늘어날 텐데 이 경우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금융감독원의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되면서 영업에서도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대다수 카드사들은 상황이 악화되는 과정에서도 부실채권 비중이 늘어나는것을 숨기면서 버티다가 2003년 말이 되면서 유동성 위기가 봇물 터지듯 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양성용 국장도 최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시 외환은행의 실제BIS비율은 9.4%에 달했지만 상황이 좋지 않으니 적기시정조치를 내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2003년 11월 외환카드의 대손충당금은 5천255억원 규모였으나 한 달 뒤인12월말에는 1조4천211억원으로 한달만에 무려 9천억원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비해 외환은행의 BIS비율이 6개월만에 3% 이상 급락한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BIS비율이 3% 이상 하락하려면 출자전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 중 1~2곳이 청산돼야 하는데 당시 하이닉스 등 회사들이이처럼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도 "BIS비율은 통상적으로 부실채권에 대한 충당금 적립및 유가증권 평가손익 등 전문적인 요소가 많이 개입돼 고무줄 논란이 항상 있을 수있다"며 "하지만 BIS비율을 0.1%포인트 끌어올리는 것이 얼마나 어렵다는 것을 안다면 조작 없이 3%포인트 이상 떨어지는 것이 얼마나 힘들다는 것도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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