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증시 침체가 길어지면서 증권사 통폐합과 매각, 지점축소에 이어 인적 구조조정까지 진행 중이다. 증시 불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증권사들이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의 계열사인 하나IB증권과 하나대투증권은 최근 합병을 결의한 데 이어 대규모 인력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구조조정 대상에는 인사ㆍ관리ㆍ총무부서 등 중첩 업무 분야 이외에도 리서치센터 등 조직의 유연화가 가능한 부서까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합병 결의 당시 두개의 회사를 매트릭스 조직으로 분리, 별개의 회사로 운영함으로써 합병에 따른 혼란과 부작용 없이 기존의 체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겠다는 발표와 다른 것이어서 직원들의 충격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구조조정 바람은 김지완 사장이 최근 임원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본사 조직의 슬림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을 시작으로 각 부서 팀장급이 참여한 긴급 회의를 통해 구체화됐다. 이번 구조조정은 본부장 등 고위급 인사를 중심으로 희망 퇴직을 권고하고 정규직원들을 각 지점으로 이첩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계약직 직원의 경우 재계약을 하지 않는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일부 부서의 경우 계약직을 포함해 약 6분의1에 해당하는 10명이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대투증권의 한 관계자는 “하나IB증권과의 합병 이후 중첩된 업무를 조정할 필요성이 있는데다 최근 경영상태가 악화되면서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신이 감춰둔 직장’으로 불리던 증권결제예탁원은 연말까지 직원 510명 가운데 약 10%를 축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조직이 너무 방만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와 함께 유진그룹은 계열사인 유진투자증권을 인수 1년 만에 통째로 재매각하기로 결정하고 인수자 물색에 들어갔으며 지난 몇 년간의 증시 활황으로 공격적으로 지점 수를 늘리던 증권사들은 최근 돈이 되지 않는 지점을 폐지하는 등 증권가에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증권가를 얼리고 있는 이 같은 찬바람은 최근 증시 불황으로 인한 경영 상태 악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까지 활황을 배경으로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던 증권사들이 올해 들어 파생상품운용이나 자기매매 등에서 손해를 보면서 경영 손실이 늘어나자 생존모드로 들어선 것이다. 실제 지난 8월 9개 국내 증권사들의 영업이익은 100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4.29% 급감한 것이다. 이미 많은 증권사들이 적자전환한 상태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기회에 지나치게 ‘뻥튀기’된 임금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모 증권사의 한 고위관계자는 “신생증권사들의 대규모 진입 등으로 인력이 모자라지는 바람에 증권업 종사자들의 몸값이 말도 안 되게 오른 측면이 있다”며 “가까운 시기에 대규모 인건비 조정 등 피바람이 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