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쇄신안을 둘러싼 계파간 갈등으로 한나라당 지도부의 리더십이 사실상 장기공백 상태에 빠져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4ㆍ29 재보선 참패 이후 민심 수습안으로 검토되고 있는 당 쇄신안이 오히려 무기력증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한나라당내 중도성향의 중진의원은 12일 "당 주류와 비주류,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당의 지분을 나눠 가지고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쇄신의 절충점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백가쟁명으로 터져나오는 쇄신안 논의가 가뜩이나 취약한 당 지도력을 더욱 약화시킬 수 있다"고 꼬집었다.
여권의 한 핵심 인사도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겨우 1년을 넘겼고 그나마 지난 1년간 촛불시위 등으로 제대로 일을 못해 정권교체에 따른 변화상을 국민들에게 체감시키지 못한게 사실 아니냐"며 "이런 때 집권당이 공허한 쇄신론으로 집안싸움만 벌이면 경제위기 극복 등 민생안정과 개혁 프로그램 완성의 막중한 임무를 가진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은 누가 뒷받침하느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한나라당 지도부의 리더십은 적어도 오는 7월까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당내 시각이다. 이번주 내 출범할 예정인 당 쇄신특위가 쇄신안을 내놓겠다고 한 시점이 7월이기 때문이다. 그 때까지 당내 각 계파간 이해가 상충되는 쇄신안을 놓고 권력투쟁을 벌일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당내 양대 계파인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는 이미 양측 대립의 화약고나 다름 없는 당협위원장 교체를 둘러싸고 한판 승부를 예고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달 말 임기를 앞둔 당협위원장의 교체가 본격적인 당내 계파갈등의 도화선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설령 쇄신안이 7월 나오더라도 쇄신특위가 각 계파의 협조를 얻어낼 수 있는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견해도 나온다.
한나라당은 리더십 공백은 '원외 대표'로서의 한계를 드러낸 박희태 대표가 당분간 4ㆍ29 재보선 참패의 책임론을 외면하고 당을 전면에서 진두지휘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란 점에서도 읽혀진다.
더구나 현 원내대표단도 이달말 임기가 끝나고 새 원내대표단이 선출돼 곧바로 6월 임시국회의 원내전략을 책임져야 한다. 새 원내대표 경선은 오는 21일 예정돼 있다.
하지만 친박근혜계인 김무성 의원 원내대표 추대카드가 박근혜 전 대표의 반대로 무산돼 경선에서 새 원내대표로 친이명박계든 친박근혜든 누가 당선돼도 당장 집권당의 원내 사령탑 역할을 하기는 쉽지 않다.
한나라당 리더십의 공백은 당장 6월 임시국회 때 당 원내전략의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6월 국회에서는 정치권과 산업계 등에서 첨예한 이해대립을 보여온 미디어 관련 법과 비정규직법 개정안 등의 처리를 놓고 여야간 격돌이 예상된다. 당 리더십 표류가 하반기까지 계속될 경우 오는 9월 시작되는 정기국회 때 당의 국정감사 전략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가 당 안팎에서 흘러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