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17대 대통령을 맞으며] 새 경제정책, 성장이냐 분배냐

우리 사회엔 ‘성장이 우선이냐 분배가 우선이냐’하는 불필요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성장과 분배는 당연히 같이 가는 것이다. 성장 없는 분배는 불가능하고 분배 없는 성장도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성장과 분배 중 굳이 비중을 따진다면 우리와 같은 자원이 부족한 개방형 소국 개발도상국으로서는 분배보다는 성장이 상대적으로 좀더 중요할 것이다. 그 이유는 첫째, 우리와 같이 대외의존도가 높은 나라의 경제는 예고 없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외부적 충격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우리와 같은 소국 경제는 이러한 충격을 통제할 능력이 없어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곧 바로 우리 경제에 침체를 가져오고 경제침체는 곧 바로 서민빈곤층의 소득수준 하락으로 이어져 분배상태를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항상 경제의 기초를 튼튼히 하고 성장동력을 잃지 말아야 한다. 둘째, 우리와 같은 중진국은 선진국의 경쟁ㆍ개방 압력과 중국을 포함한 후진국의 거센 추격에 샌드위치돼 생존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끊임없이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 성장을 지속해야 한다. 경쟁력을 잃는 순간 성장이 멈추게 되고 우리는 후진국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사회의 성장동력을 해치지 않으면서 ‘실질적’으로 빈곤을 척결하고 ‘효과적’으로 분배상태를 개선시키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 경제수준에 맞는 성장과 분배의 조화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분배우선주의는 성장의 동력을 저해할 수 있다. 분배우선주의는 높은 세부담으로 기업의 투자의욕을 저해하고 그 사회의 부를 창출하는 세력의 경제의지(근로의욕ㆍ저축의욕ㆍ연구개발의욕)를 침해함으로써 성장동력을 저해할 수 있다. 서구 유럽 복지국가에서 발생했던 빈곤함정과 실업함정이 그 예이다. 그 결과 근로의욕과 경제의욕이 상실돼 사회 전체적으로 비효율성이 증가하게 되고 사회복지비 지출 증가로 적자재정과 국가부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분배를 통해 성장을 이룬 나라를 찾기는 어렵다. 소득이전이 저소득층의 소비로 직결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저소득층의 소비능력의 한계로 경제활성화에는 미흡하다. 오히려 정부의 방만한 지출과 높은 세부담으로 비효율성이 분배를 통한 경제활성화 효과를 상쇄하게 된다. 교육기회의 평등과 교육투자를 포함한 분배정책은 성장을 위해서나 저소득층의 자립능력 향상을 위해 바람직하지만 교육평준화는 교육 질의 저하와 사교육 기회에 대한 계층 간 격차로 계층구조를 고착시키고 분배상태를 더 악화시킨다. 성장과 분배의 조화가 중요하지만 동시에 분배없는 성장은 가능해도 성장없는 분배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분배 없이 생산성 높고 능력있는 사람들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면 높은 성장은 가능하다. 그러나 성장 없는 분배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나눠 줄 게 없기 때문이다. 서구 복지국가들은 모두 어느 정도 성장을 한 후 복지국가로의 전환이 가능했다. 더욱이 경제가 퇴보할 경우 세수가 줄어들어 분배를 위한 재원이 부족하게 된다. 그러나 동시에 분배 없이 성장만 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성장이 사회적 소외계층을 양산하고 분배상태를 악화시키면 사회적 불만계층과 범죄의 증가로 인한 사회불안정이 초래돼 성장이 지속가능하지 않게 된다. 모든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이 분배정책을 중시하는 이유이다. 결론적으로 차기정부는 성장과 분배의 조화를 추구하면서도 성장을 상대적으로 우선시 하며 분배를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장으로 빈곤층을 줄이고 그로 인해 절약된 정부재정과 성장으로 늘어난 세수로 줄어든 빈곤층을 돌보면 훨씬 더 효과적으로 빈곤층의 복지를 향상시키고 분배상태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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