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안도 모모후쿠의 '라면 이야기'

매일 점심 국 대신 라면을 먹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97세의 노구를 이끌고 사흘이 멀다 하고 골프를 즐긴다. 인스턴트라면을 1958년 처음 개발, 상업화한 일본 닛신(日淸)식품의 안도 모모후쿠(安藤百福) 회장이다. 그가 11-12일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라면총회에 세계라면협회(IRMA) 회장 자격으로 참석하기 위해 방한, 9일 오후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짙은 회색 양복 안에 검은색 조끼를 받쳐입고 색안경 차림으로 등장한 안도 회장은 이날도 오전 7시에 일어나 빗속에서도 모골프장을 찾아 8홀 라운딩을 '강행'했다고 한다. 지난해만 101회 골프장을 찾았다니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9홀 기준으로 평균 50타 안팎의 스코어를 낸다고 한다. 그는 회견 일성으로 "이 세상 사람이 아닐 수도 있는 나이에 내가 이렇게 건강한 것이 바로 라면이 건강에 좋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아니냐"고 주장했다. 라면회사회장다운 말이다. 그는 "라면에 기름이 많다고 하거나 라면을 많이 먹으면 영양결핍이 생긴다고 하지만 균형잡힌 식재료와 함께 먹으면 건강에 좋다"고 덧붙였다. 이대목에서 한국의 김치도 언급했다. 등푸른 생선을 뼈채로 씹어먹는다는 말도 했는데그 나이에 믿기지 않게도 충치가 없어서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그는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던 신용조합이 파산해 무일푼 신세로 전락했다가 집마당에 3평 남짓한 창고형 실험실을 지어놓고 밀가루에 파묻혀 살다시피 하면서 라면 개발에 몰두했다. 그러던중 부인이 튀김을 만드는 것에서 힌트를 얻어 '순간 유열건조법'으로 인스턴트 라면을 49세의 나이에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그가 '발명'한 라면은 현재 전세계에서 연간 800억개가 소비되고 있다. 그는 지금도 매일 점심국 대신 자신이 개발한 '치킨라면'을 빼놓지 않고 먹는다. 우리나라의 컵라면 보다약간 적은 용량의 이 컵라면에 물을 넣고 그냥 먹는다고 한다. 그가 지난해 여름 세계 최초로 우주식 라면인 '스페이스 라무'를 개발, 당시 우주비행사가 우주정거장에서 먹었던 일화는 유명하다. 앞서 그는 1971년 '컵라면'(컵누들)을 개발, 식품업계에 일대 혁명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는 라면의 매력을 "간단하게 조리할 수있고, 맛있고, 보존이 쉽고, 안전하며,가격이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전히 안전의 문제에 대한 논란이 있는 터라그는 "라면의 영양성을 확실히 검증받고, 특히 첨가물과 건더기에 풍부한 영양을 담아서 누구나 먹어도 안전한 라면을 만들고 싶다"는 말을 잊지않았다. 생전 활동하는동안 이것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포부였다. 이를 위해 각 국 식품안전 관련당국이 머리를 맞대로 라면의 코덱스 국제식품표준을 만드는 일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도 소개했다. 오는 7월 표준 규격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전했다. 매일같이 가장 먼저 오사카(大阪) 본사로 출근한다는 그는 끝으로 건강 비결을첨언하는 것으로 1시간40분 가량의 인터뷰를 맺었다. "식사는 항상 80% 포만감을 느낄 때까지만 하십시오. 편식을 하지 마십시오. 운동하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십시오. 그러면 장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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