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김우중씨 출국배경' 수사 가속페달 밟나

전직 대우그룹 임원진이 대우사태 당시 `핵심경제라인'을 맡았던 이기호ㆍ이헌재ㆍ이근영씨 등이 출국을 권유했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검찰에 제출함에 따라 김우중씨 출국배경 수사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채권단의 이번 진술서는 김씨가 지난달 귀국한 직후에 행한 발언 내용보다 더나아가 구체적인 인물들이 거명된 것이어서 답보상태를 보였던 대검 중수부의 `김우중 수사'가 속도를 내는 데 촉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씨는 귀국 직후 "채권단과 임원진이 `대우그룹을 정리하는데 곤란한 상황이생길 수 있으니 잠깐 나가있어 달라'고 권유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채권은행장이었던 류시열 당시 제일은행장과 김진만 전 한빛은행장은"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 후 김씨의 측근 인사가 "당시 권력 실세가 최고위층 뜻이라면서 잠시 외국에나가 있으라고 했다"고 주장한데다 김씨가 1999년 10월 중국 옌타이에서 정상 귀국했다가 다음날 급히 출국한 사실이 알려져 `권력실세 개입론'을 둘러싸고 온갖 의혹이 증폭됐다. 과연 김씨가 언급한 `채권단'은 누구인지, 권력 실세가 개입했다는 측근인사의주장은 사실인지, 또 김씨가 중국 옌타이에서 돌아와 급히 출국한 뒤 오랫동안 해외에서 돌아오지 못한 배경은 무엇인지를 놓고 궁금증이 커지게 된 것. 이번에 대우측이 제출한 자료에는 구체적으로 대우 전직 임원들이 어떻게 경제라인 담당자들을 만나고 통화했는지, 또 이들의 발언내용은 무엇이었는지, 김씨의출국경위는 무엇인지 등이 상세히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까지 알려진 진술서 내용에 비춰보면 외환위기 이후 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주도하던 경제라인이 이에 반발하는 김우중씨와 대우문제 해결을 놓고 알력을 빚은 끝에 `김우중 출국'이라는 강력한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기존의 `국가-은행-재벌'의 연계 하에 유효했던 국가주도 산업정책, 정실자본주의, 재벌의 `대마불사' 논리는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수정될 수 밖에 없다고 본 구조조정 담당자들이 공격적인 경영을 통해 몸집을 불려온 `김우중 스타일'과 정면충돌해 빚은 결과가 김씨 출국이라는 얘기다. 당시 대우문제 해결이 이런 식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 아래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정부 경제라인이 대우 임원진에게 김씨의 출국을 종용한 것을 두고 김씨가 `채권단과 임원진이 출국을 권유했다'고 말했을 개연성도 있다. 과거 대우 분식회계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검찰 관계자가 "김씨의 출국배경은대우그룹의 해체과정과 겹쳐지는 것 같다"고 언급한 점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될 수있다. 하지만 진술서에 이름이 거명된 인사들은 "출국 권유는 있을 수 없는 일"(이근영), "대답할 가치조차 없다"(오호근)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고 검찰로서도 무조건대우측의 주장만을 사실로 믿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검찰이 진술서를 제출한 대우 전직 임원들과 김우중씨 및 진술서에거명된 인사를 상대로 진위 여부를 조사하는 게 급선무인 것처럼 보이지만 범법행위와 달리 진상규명 수사에는 여러 제약요소가 놓여있는 게 검찰로선 고민이다. 대우몰락 과정과 김씨 출국배경의 진상규명 작업은 궁극적으로 당시 정부와 경제라인의 정책판단에 맞닿게 되는데 검찰은 이전 정부의 정책판단을 수사대상으로삼는데 적지 않은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범죄 혐의가 없는 이상 구속이나 압수수색 등 강제처분은 어렵고 당사자들의 진술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BFC 계좌추적과 김우중씨 재산은닉 여부 등도 수사해야 할 검찰이 출국배경에 얼마나 수사력을 모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대우그룹이 몰락한 배경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풀고가야 한다는 것이 검찰총장의 의지"라고 밝혔던 검찰이 어떻게 이러한 난제들을 극복하고 대우몰락의 진실을규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