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실망스런 화물유통촉진법

김민형 기자 <생활산업부>

국회 건설교통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지난 23일 통과된 ‘화물유통촉진법’이 당초 취지에서 크게 변질됐다. 이날 통과된 화물유통촉진법은 법 시행 자체가 오는 2006년으로 연기된데다 제조업체가 자사 물류를 종합물류기업으로 인증받은 물류기업에 위탁하면 2%의 소득세 혹은 법인세를 면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핵심내용 역시 유보됐다. 또한 당초 2~3개 회사만 가능할 것이라던 종합물류기업 인증기준 역시 크게 낮아져 중소형업체들도 인증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이는 정부가 법 개정 추진 당시 밝혔던 ‘동북아 물류허브 시대를 위한 초대형 물류회사 육성’과는 거리가 멀다. 법 개정에 사활을 걸었던 관련 업계는 물론, 시장의 반응도 냉랭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식의 법개정은 하나마나”라며 “당초 정부의 취지가 크게 변질돼 실망스럽다”고 허탈해 했다. 화물유통촉진법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돼 치솟았던 한진 등 물류회사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동북아시대위원회ㆍ해양수산부ㆍ건설교통부가 중심이 돼 추진했던 이번 법 개정의 취지는 종합물류기업으로 인증받은 물류회사와 물류를 아웃소싱하는 제조기업에 파격적인 세금혜택을 줘 ‘국가대표급’ 물류기업을 육성하고 물류 현대화를 촉진하려는 것이었다. 종합물류기업으로 인증되기만 하면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릴 수 있기 때문에 기존 물류업체는 물론, 대기업들까지도 가세하며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또한 현실적으로 인증을 받기 어려운 중소형 물류업체들은 집단반발 움직임까지 보였다. 이번 법 개정에서 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과연 동북아 물류허브 육성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정부의 ‘국가대표 물류기업’육성방안은 애당초 분배보다 성장에 무게중심을 두었기 때문에 특혜시비가 일 수 있는 충분한 여지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동북아 물류허브 건설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며 법 개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업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자 정부는 여론을 살피면서 기존 입장에서 조금씩 후퇴하기 시작했고 원래의 취지는 크게 변질됐다. 결국 정부는 하나마나 한 법 개정으로 호들갑만 떤 격이 됐고 치열한 경쟁과 로비를 벌였던 물류업계는 단 한명의 승자도 없이 깊은 상처만 안게 됐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