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기업 망치는 부실 감사] <중> 회계 투명성 왜 낮나

오너와 한몸 감사위 견제 역할 못해<br>미·영 등 선진국선 회계법인 선정에 독립성 보장<br>전문인력 부족 소유 경영 분리 안된 문화도 한몫


"미국이나 영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회계 투명성이 낮은 이유 중의 하나는 기업의 주인인 오너와 관리자인 최고경영자(CEO)가 분리되지 않은 기업 문화에 있습니다. 미국·영국에서는 오너가 회계 감사를 CEO를 견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합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의 회계 감사가 투명하지 못한 바탕에는 기업 오너와 CEO 간에 견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우리나라의 기업 문화가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과거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던 2003년 SK글로벌의 분식회계, 그리고 이보다 앞서 그룹 해체로까지 이어졌던 대우그룹의 분식회계도 이 같은 기업 문화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SK그룹과 대우그룹은 기업의 총수(오너)가 곧 CEO인 회사다.

물론 기업들도 반대 논리는 있다. 회사 내에 감사위원회를 두고 독립적으로 외부 감사인을 선정할 뿐만 아니라 과거와 달리 회계 전문 인력도 충원하는 등 회계 역량이 강화됐다고 주장한다.

코스닥 상장업체의 한 관계자는 "예전과 달리 기업을 보는 눈이 많아졌기 때문에 회계에 대한 기업의 인식이 많이 달라져 과거와 같은 부정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항변했다.

회계사들의 생각은 다르다. 회계를 바라보는 기업의 인식이 아직 글로벌 기업의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는 의견이다. 한 회계법인의 대표는 "외국의 경우 감사위원회가 독립된 기관으로 존재하면서 외부 감사인을 선정하기 때문에 회계 감사가 CEO에 대한 견제 수단으로 활용되지만 우리는 감사위원회가 오너(CEO)의 통제를 받고 있어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업과 회계법인 간의 갑을 관계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감사위원회가 독립적으로 기능하면 외부 감사를 통해 충분히 CEO를 견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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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내 회계 전문 인력 부족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청년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현재 외부 감사 대상 회사는 자산총액 100억원 이상인 기업으로 이보다 작은 중소기업 중에는 회계 전문 인력조차 없는 곳이 태반"이라며 "그런 기업들이 감사조차 받지 않는다면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최근 정부가 기업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외부 감사 대상 회사의 자산총액 기준을 100억원에서 120억원으로 높이려고 하는데 일부 기업의 편의를 봐주다가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를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4대 회계법인의 한 관계자도 "기업 내에 회계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감사인이 피감 기업의 재무제표를 대신 작성해 감사 시간을 뺏기고 감사의 신뢰도도 떨어뜨리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주식회사의 외부 감사에 관한 법률 1조는 외부 감사는 이해관계자와 기업의 발전을 도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렇듯 감사는 규제가 아니라 기업활동에 도움이 되는 행위다.

하지만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되지 않은 국내에서는 회계 투명성의 강화가 단지 기업을 옥죄는 규제로 인식되는 것이 현실이다.

청년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이해관계자들은 무관심하거나 참여할 방법이 없으며 회계법인은 이윤 극대화를 위해 품질과 리스크 사이를 외줄 타기 한다"며 "일선의 회계사들은 이를 바로잡고 싶어도 권한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회계사들의 자체 노력뿐만 아니라 사회의 관심, 기업의 인식 변화, 정부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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