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까지 나 스스로를 몰아 붙여 본 끝이라 만사가 편해졌어요. 선수 생활할 때는 퍼트 하나에도 스트레스가 파도 치듯 밀려왔지만 요즘은 골프 자체를 즐기고 사랑하게 됐죠.” 영어 한 마디 제대로 못했어도 눈물겨운 노력 끝에 지난해 8월 미국 LPGA 티칭 클래스A 자격을 따낸 이영귀 프로(41ㆍ사진). 88년 KLPGA에 입회했지만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던 그는 지난 2000년 4월 ‘볼 좀 쳐보겠다’며 미국 LA에 있는 골프전문 교육 기관인 PGCC 비즈니스 클래스에 들어갔다. 하지만 2년 뒤인 졸업 후 지인의 소개로 ‘LPGA 티칭 클래스A’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인생의 방향이 달라졌다. 다시 2년이 더 흘렀고 그 사이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필라델피아로 옮겨 교민 대상으로 레슨을 했으며 일요일에는 어린이 무료 레슨 봉사도 펼쳤다. 사이 사이 미국 전역을 돌며 치러지는 필기시험과 실기인 인터뷰를 찾아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했다. 필기는 다섯번, 실기는 네 번의 고배를 마셨다. 도전 초기에 어프렌티스(Apprentice)나 클래스B 등 이전 단계를 면제해달라는 이 메일을 7~8차례 보냈고 떨어지면 또 신청서를 내는 과정을 참 여러 번 반복하며 LPGA 담당자를 괴롭혔다. 최종 합격 후 시험관이 이제 한국에 가서 LPGA 티칭 프로그램을 홍보하라고 했을 때 “이 험난한 과정을 내 친구들에게 권할 수 없다”며 단호히 ‘노’를 외쳤다. 하지만 지금 이영귀 프로는 이 고난의 세월을 두고 ‘내 인생 최고의 경험이었다’고 말한다. 후배들에게도 “주저 없이 도전하라”고 말한다. 그것은 LPGA 클래스A라는 자격증 때문이 아니다. “누구 하나 의지할 곳 없는 곳에서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해가며 생활하면서 오히려 삶의 여유를 찾았기 때문”이다. 그는 “전기 신청을 잘 못해 사흘동안 촛불에 의지에 지내고 18홀 내내 단 한마디도 못한 채 미국인들과 라운드 하면서”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느낌을 극복해 냈다. “아무리 잘 차려 먹어도 늘 배고픈 시간을 보낸 뒤 한국에 돌아와 김치에 밥 한 그릇으로도 뿌듯한 기분을 만끽하며” 가족의 소중함도 느꼈다. 또 무엇보다 미국과 한국의 극명한 문화차이를 체험하며 자신만의 레슨 원칙을 세울 수 있었다. “미국은 토론문화가 발달했고 아마추어는 그저 골프를 즐기는 데 목적이 있는 반면 한국은 주입식 집중 교육을 원하고 아마추어도 프로처럼 잘 치길 바란다”는 이 프로는 “때문에 미국에서 배운 그대로를 한국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이 프로는 “초보자는 한국 식으로 주입식ㆍ스파르타식 레슨을 하고 본인의 문제를 잘 알고 있는 상급자들의 경우는 스스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미국식으로 레슨할 방침”이라고 했다. 무조건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LPGA의 체계적인 티칭 노하우를 한국식으로 접목을 시키겠다는 것이다. 현재 강남구 논현동 스포월드에서 부헤드 프로를 맡고 있는 이영귀 프로는 “나를 믿고 열심히 따르는 아마추어들을 볼 때 너무나 뿌듯하다”며 “앞으로 미국 LPGA 세미나도 열심히 참석하고 포인트를 쌓아 LPGA 티칭 최고 단계인 마스터도 따내면서 더 잘 가르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