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환은행 매각 이후

외환은행의 경영권이 미국계 투자펀드인 론스타에 넘어갔다. 27일 체결된 외환은행과 론스타 간의 본계약 내용은 수출입은행과 코메르츠 은행의 보유지분 5,710만2,000주를 1주당 5,400원에, 1주당 4,000원에 발행하는 신주 2억6,875만주는 전량 인수함으로써 지분율 51%로 경영권을 확보하고, 인수대금 1조3834억원은 전액 현금으로 다음달 말까지 지급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국내 8개 시중은행중 제일은행 한미은행에 이어 외환은행이 외국인의 수중으로 넘어갔고, 현재 일본계 은행과 경영권 협상이 진행중인 하나은행마저 넘어간다면 외국인이 경영권을 장악한 은행이 절반에 이르게 된다.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과 신한금융의 경우 경영권을 행사하지 않을 뿐이지 외국인의 지분이 각각 70%, 47%대에 이른다. 국내자본에 의해 운영되는 은행은 사실상 우리금융 하나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외국의 자본이 국내은행에 활발하게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외국투자가들이 국내은행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낙관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당장 외환은행의 재무구조가 호전되고, 신용도와 신용전망이 한단계씩 올라갔다. 한국경제의 신인도를 전반적으로 올리는 효과도 있다. 또한 한국금융산업의 고질인 관치금융의 폐해를 줄이고, 위험관리를 중시하는 선진금융기법이 도입되는 효과도 기대된다. 외환은행 매각에서 우선관심이 가는 것은 매각가격인데 주식매각가격이 시가 보다 45% 정도 높고, 풋백옵션이 배제됐으며, 전액 현금지불 등의 조건은 제일은행 등의 예에 비추어 호조건이라고 할 만하다. 외환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1조원에 이르는데 이번 정부가 수출입은행 보유주식을 매각함으로써 1,667억원을 받게 됐지만 남은 정부의 보유주식수가 1억2,000만주에 이르러 외환은행의 경영이 호전될 경우 상당 수준의 회수율 제고 효과도 기대된다. 그러나 외환은행의 경영전망에 대해서는 펀드의 속성상 제일은행 수준보다 크게 나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가 하면, 론스타가 재무적 투자자라면 2대주주인 독일계 코메르츠방크가 전략적 투자자로서 양자가 조화를 이루면 경영호전도 기대된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내은행이 속속 외국계 투자펀드의 지배아래로 들어가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투자펀드는 대체로 장기전략 보다는 단기차익을 우선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산업의 안정적 발전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이루기 보다는 국부의 유출만 초래하지 않겠는가 하는 우려가 있다. 론스타의 경우 국내의 부동산과 기업채권을 헐값에 사들여 큰 수익을 올린 기록을 갖고 있어 더욱 그렇다. 그 점에서 외환은행은 매각은 해묵은 과제인 국내자본의 금융진출에 대한 역차별 문제를 새롭게 제기하고 있다. <대구=특별취재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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