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민-주택銀합병 진통] "합병비율·존속법인 양보못해"

'국민-합의내용 공개' '주택-불이행' 비난 부담국민은행이 11일 '합병추진위원회 합의서'를 공개함으로써 합병을 둘러싼 두 은행간 갈등은 정점에 달했다. 국민은행은 "주택은행이 서명을 해놓고도 지키지 않고 있다"며 주택은행을 비난하고 있고 주택은행은 "합의내용을 이행할 수 없으므로 절차에 따라 두 은행장이 다시 논의해야 한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제 합병은 사실상 두 은행장의 극적인 합의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느 쪽도 양보하지 않는 형세지만 합병 지연이 두 은행은 물론 경제 전반에 큰 부담을 주고 있어 그만큼 중압감도 커지고 있다. 극적인 타결을 점치는 이유다. ◇두 은행 입장 차이는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은 합병비율과 존속법인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겉으로는 합병비율에서 두 은행의 입장 차이가 크지만 속으로는 존속법인이 누가 되느냐가 더 큰 갈등의 씨앗이다. 두 은행이 존속법인을 양보하지 않는 이유는 존속법인에서 합병은행장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시장가치가 높으며 600억원의 절세 효과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주택은행은 주택관리기금(41조원)을 더하면 총자산이 더 크고 미국증권거래소 상장 및 유지가 더 쉽다고 주장한다. 합병비율도 마찬가지다. 자산ㆍ부채 실사 결과 국민은행은 3,633억원, 주택은행은 2,870억원의 순자산이 감소했다. 주택은행은 순자산 감소분이 총자산 대비 0.432%(주택), 0.377%(국민)에 불과하므로 양해각서(MOU)를 맺었던 지난해 말과 비교해 '현저한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은행은 순자산 감소를 자기자본과 비교하면 두 은행 모두 BIS비율이 크게 떨어지는 '치명적인 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상처입은 두 은행 국민은행은 보안을 지키기로 한 합의서를 공개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또 두 은행장이 합병 논의를 진행하는 도중에 합의서를 공개함으로써 합병 작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책임도 함께 지게 됐다. 주택은행도 마찬가지다. '정당한 절차에 따라 이행할 수 없는 부분은 두 은행장에게 맡겼다'고 하지만 서명까지 해놓고 합추위 결정을 지키지 않는다는 도덕적인 비난을 받게 됐다. 앞으로 많은 일을 논의해야 할 합추위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린 셈이 됐다. 계약이 맺어진다해도 핵심 중의 핵심인 합병은행장을 정할 때가 되면 두 은행의 갈등은 지금보다 더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은행 직원들의 감정대립도 심각한 수준이다. 국민ㆍ주택은행 합병의 시너지 효과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 중 하나가 '직원들의 갈등'이었다. 그동안 비교적 잠잠했지만 이번 과정에서 두 은행 직원들이 상대방에 대해 갖고 있는 감정은 여지없이 분출됐으며 더욱 증폭됐다. 합병이 된다 해도 과연 시너지 효과가 제대로 발휘될지 의문이다. ◇두 은행장간 극적인 타결 기대 합추위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지금 두 은행의 합병은 두 은행장간의 극적인 타결을 통해 해결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두 은행장은 9일에 이어 지난 10일 밤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심야회동을 계속했으나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날 이근영 금감위원장도 자리를 같이 했으나 정부는 '관치금융'이라는 비판을 의식해 더 이상 나서지 못하고 있다. 두 은행장은 아직도 "합병은 꼭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아직 합병이 결렬될 상황은 아니며 결렬이 서로에게 끼칠 악영향을 고려하면 성사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그러나 두 은행이 합병 계약에 합의하지 못하거나 팽팽한 대치 상황을 계속하며 이번주를 넘길 경우 '결렬'이라는 최악의 위기상황도 배제할 수만은 없다. 김상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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