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달러캐리자금 빠르게 유입… '바이코리아' 행진 이어질듯

3일 서울 명동에 있는 외환은행 본점의 영업부 딜러들이 주가와 환율 동향을 나타내는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다./이호재기자



최근들어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달러 캐리트레이드 자금의 신흥시장 유입이 다시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중국이나 한국 등 아시아 신흥국들은 선진국과 달리 금리를 다시 올릴 만큼 경기 정상화 속도가 빨라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모멘텀이 부각되면서 글로벌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3일 이머징포트폴리오닷컴과 현대증권에 따르면 지난 6월 이후 9주 연속으로 신흥시장 관련 4개 글로벌 펀드에 자금이 순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흥시장 4개 펀드는 GEM펀드, 아시아펀드(일본제외), 라틴아메리카펀드, EMEA펀드로 주로 아시아와 남미, 중동 등에 투자되는 자금이다.


신흥시장 4개국 펀드의 경우 지난 주에만 31억7,800만달러가 유입됐다. 이는 전 주 유입액(16억500만달러)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한국 관련 글로벌 펀드 역시 지난 6월에 모두 50억달러가 유입됐으나 지난달에는 71억 700만달러가 들어와 갈수록 유입 규모가 늘어나는 양상이다. 반면 선진국에 투자되는 글로벌펀드나 일본펀드의 경우 지난주에만 4억달러가 빠져나가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유입된 글로벌 자금들은 지난달의 국내 시장에서 24억6,500만달러를 순매수한 것을 비롯해 인도와 대만시장에서도 각각 35억5,300만달러, 19억7,700만달러 매수 우위를 보이면서 증시 강세를 이끌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로 한동안 갈피를 잡지 못하던 글로벌 자금들이 글로벌 리스크가 완화되는 가운데 달러 약세 현상마저 나타나면서 다시 신흥시장으로 몰려 들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글로벌 자금들의 단기차입비용의 기준금리인 3개월물 달러 리보(런던은행간금리)의 경우 지난 5월에는 0.54%까지 올랐으나 지난달 중순을 기점으로 하락, 0.44%로 크게 떨어져 돈을 빌리는 비용이 크게 낮아진 점도 달러캐리트레이드 자금의 활성화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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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원화의 경우 달러 약세와 함께 중국의 위안화 절상 기대심리까지 지속되면서 지난 6월 중순 이후 달러화 대비 뚜렷한 강세를 보이면서 외국인의 매수세를 강화시키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6월 10일 1,251원까지 올랐으나 지금은 1,170원까지 하락한 상황이다.

실제로 외국인들은 지난 6월 중순 이후 원∙달러 환율이 하향세로 접어들면서 매수강도를 높이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5월 한달간 6조2,000억원 순매도를 보였다가 지난 6월에는 7,000억원 순매수로 돌아선 후 7월 2조9,054억원 순매수에 나서면서 다시 ‘바이코리아’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글로벌 펀드에서 국내 증시의 투자비중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글로벌이머징마켓(GEM) 펀드의 국내 투자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9% 초반까지 낮아졌지만 이후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지난 6월말 현재 11.11%까지 높아졌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달러화 약세 등에 힘입어 달러캐리트레이드를 기반으로 한 미국계 자금들이 다시 국내로 들어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유동성의 신흥시장 유입은 단순히 달러화 약세만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는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중국이나 우리나라의 경우 올들어 경기선행지수가 줄곧 하향세를 걸었으나 이르면 3∙4 분기 말부터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경기모멘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반면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이나 더블딥 우려가 가시지 않는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경기모멘텀에 따른 글로벌 자금 유입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동안 기대하기가 힘들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최근 2∙4분기 실적발표 마무리를 기점으로 그동안 실적모멘텀이 글로벌 자금의 국내 유입의 한 축을 담당했다면 3∙4분기 이후부터는 경기모멘텀에 대한 기대가 중요한 요소로 부각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병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는 환율의 변동성과 실적모멘텀 등이 외국인의 자금 유입의 주요한 요인이었다면 앞으로는 중국이나 우리나라 등 신흥국의 경기펀더멘털에 대한 메리트가 다시 부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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