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PF채권 7兆중 '정상'은 6500억 불과, 금융당국 "89곳중 30여곳 위험지대"

'PF사업장 실태조사'로 살펴본 저축銀 현주소는

지난 2월 영업정지된 부산저축은행의 박연호 회장과 고위 임원진에 대한 공판을 직접 참관하기위해 부산에서 올라온 예금 피해자들이 서울 서초동 중앙지방법원의 한 형사법정 앞에 줄지어 서 있다. /서울경제 DB


PF 사업장도 469곳중 정상은 61곳에 머물러 부실채권 1년3개월만에 17%P 껑충 '위기 고조'
"9월말께 부실 규모 윤곽"
6월 말 결산자료를 토대로 저축은행의 '2차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가운데 1차 퇴출 바람에서 살아남은 89개 저축은행 중 얼마나 많은 곳이 추가로 살생부에 들어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당국은 다음달 초부터 본격적으로 저축은행들에 대한 평가작업에 들어가 늦어도 추석 직후인 오는 9월 중하순께 추가 퇴출 대상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금융당국은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유예,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권매입 등에 이어 다음달 중 저축은행에 대한 지원책을 발표하는 등 추가 퇴출 대상을 최대한 줄이고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다. ◇당국, 89개 저축은행 재무 상태 철저 보안=금융당국은 삼화와 부산 계열 저축은행들의 퇴출 이후 제일과 프라임저축은행의 뱅크런(예금인출) 사태를 보면서 예금자들의 불안이 절정에 달해 있음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남은 89개 저축은행의 재무상태를 극도의 보안에 붙이고 있다. 저축은행들이 정상화 과정을 거쳐 연착륙에 성공할 때까지 퇴출 판단을 유보해보겠다는 심산이다. 하지만 이 바람에 정작 멀쩡한 저축은행에 돈을 맡긴 예금자들까지 불안함을 씻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저축은행 예금자들의 답답함을 속 시원히 풀어주기는 어렵지만 저축은행 부실 규모를 엿볼 수 있는 최신자료가 지난 24일 오후 늦게 공개됐다. 이달 중 실시한 '저축은행 PF사업장(2011년 3월 기준) 실태조사' 결과가 그것. 당국은 이를 위해 열흘여의 현장 조사를 거쳐 자료를 만들었고 이는 공적자금 투입의 근거로 사용됐다. 자료를 꼼꼼히 뜯어보면 전체 저축은행들의 속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셈이다. 자료를 보면 3월 기준으로 전국 89개 저축은행의 PF 채권은 7조229억원이다. 지난해 말 저축은행 PF 채권 12조2,000억원 중 올 들어 영업정지된 곳의 채권 5조2,000억원어치가 빠졌다. 7조원가량 중 '정상' 채권은 이번 조사에서 6,471억원에 불과했다. 전체의 9%다. 저축은행이 PF 채권을 보유한 469개 사업장 중 '정상'에 속한 곳 역시 61곳에 머물렀다. 반면 저축은행 PF 채권 등급 중 최하인 '부실(사업추진 사실상 어려움)'과 그 전단계인 '부실우려' 채권은 절반가량인 3조3,601억원. 사업장 수로는 251개로 전체의 54%에 달했다. '정상'과 '부실 우려' 사이인 '보통' 채권은 3조227억원에 사업장이 157개였다. 금융연구원의 한 전문가는 "저축은행은 전체 대출 중 PF 대출 채권 비중이 은행의 6배에 달한다" 며 "PF 대출 절반이 부실이 났고 정상 채권이 10%에 못 미친다면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저축은행의 재무구조에 문제가 있는 셈"이라고 진단했다. ◇부실 PF 채권 2년 새 급증…전체의 3분의1은 '안전지대' 있지 못해=시간은 저축은행의 목을 더 조이는 형국이다. 이번 조사 직전인 2009년 12월 기준 저축은행 부실 또는 부실 우려 PF 채권은 전체의 31%였다. 불과 1년3개월여 만에 부실채권이 17%포인트나 급증한 것이다. 금융위는 "부동산 경기회복이 늦어져 정상 사업장이 대거 부실 사업장으로 전락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가 3월 말 기준이고 부동산 시장이 전혀 나아지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현재 저축은행 PF 채권 부실은 더 심화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저축은행의 경영상황이 나빠지기만 하자 금융당국은 24일 자산관리공사의 채권 정산기간을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늘려 저축은행 대손충당금 적립부담을 덜어줬다. 이번 조사로 89개 저축은행 경영상황을 내밀하게 들여다본 금융당국은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추가 퇴출이 있음을 공식 확인하고 있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23일 국회 경제정책 포럼에서 "오는 9월 말이면 부실 저축은행의 규모가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핵심 관계자도 최근 서울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89개 저축은행 중 30여 곳은 안전지대에 놓여 있지 않다"고 얘기했다. 당장 자금이 급해 캠코에 부실 PF 채권을 팔기로 한 곳과 덩치가 비교적 커 일단 버티고 있는 곳의 재무상황 및 대주주 증자 가능성 등을 종합해 예상해본 것이라고 했다. 물론 그가 언급한 30여곳이 '부실'을 규정하는 것은 아니며 이들이 모두 퇴출될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하지만 이들은 9월 당국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어떤 식으로든 정상화 작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 볼 수 있다. 저축은행의 3분의1이 생존을 위한 본격적인 구조조정의 무대에 들어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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