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마이너스 인생

사람들이 10월 신규 취업자수가 좀 늘었다는 소식에는 열광하면서도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존 에드워즈가 주장하는 훨씬 의미 있는 이슈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주 에드워즈는 미국인들은 `좀더 낳은 것을 만들겠다는 꿈`을 간직했었지만 지난 수 십년이 흐르면서 `그냥 하루 하루 생계를 꾸려가는데`자족하는 사람들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점점 더 중산층 대열에 들어가거나 유지하는 것이 힘들어지고 있다. 연설이나 보고서, 인터뷰에서 에드워즈는 대부분의 가정들이 소득은 늘고 있지만 저축할 여유가 없으며 실직과 질병에 위험스러울 정도로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엘리자베스 워렌과 아멜리아 워렌 트야기가 공동 집필한 `맞벌이 함정: 왜 중산층 엄마와 아빠는 파산하고 있는가`에서 나오는 통계치를 인용해 지난 30년간 주택담보비용이 평균 아빠 소득보다 70배나 빠르게 상승했다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죽자 살자 맞벌이로 일해도 파산만 겨우 면할 정도가 된다는 것이다. 한 세대 전에 미국 평균 가정은 소득의 11%를 저축할 수 있었다. 현재 미국 평균 가정은 한 푼도 저축을 하지 못한다. 부채를 산더미처럼 쌓고 있는데 어떻게 저축이 가능하단 말인가. 소비자 부채는 한 세대 만에 세배로 늘었다. 점점 더 많은 미국인들이 지출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는 소득을 메우기 위해 신용카드를 비롯해 각종 신용을 끌어 들이고 있다. 여기다 다양한 금융업자들이 이들 곤경에 처한 미국 가정에 비싼 이자의 대출을 해주며 톡톡한 수익을 챙기고 있다. 에드워즈의 주장처럼 신용카드사들은 지불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신용을 공여한 뒤 실직 후 한 달이라도 대금을 갚지 못하면 금리를 인상한다. 미국인의 절반 가까이가 매달 최소한의 원리금을 겨우 상환하고 있고, 결국 높은 이자 부담을 지고 있다. 제때 상환하지 못하는 미국인들은 신용카드사에 있어 금광과 같다. 한 조사에 따르면 연체 수수료시장은 지난 96년 17억 달러에서 2002년 73억 달러로 늘어나며 신용카드산업에 있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수익원이 됐다. 대부분 카드사들은 대금 상환 연체자에게 주던 14일의 유예기간을 아예 없애버렸다. 연체 수수료 부과는 기본이고 주요 신용카드사는 한번 연체를 하게 되면 회원 모집 때 미끼로 내걸었던 0% 수수료를 22~29%까지 올려 버린다. 이렇게 많은 가정이 재정적 파산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개인 파산건수가 지난해 160만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국인의 꿈은 처절한 생존 전략으로 바뀌었다. 가정과 가족 휴가, 적절한 건강보험, 아이들에게 괜찮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경제력, 안락한 은퇴 등 좋은 삶은 찾아보기 힘들다. 에드워즈는 캠페인 도중 다음과 같이 말하는 중산층 유권자를 자주 마주친다고 말한다. “양로원에 보내드려야 할 어머니가 있는데 재정적 능력이 안돼요. 메디케이드(극빈자 의료보험)를 받기 위해 파산을 할까도 생각하고 있어요”. 또는 “남편이 아파서 일주일에 300달러의 병원비를 부담하게 되자 상황이 달라졌어요. 도대체 그 비용을 어떻게 지불합니까.” 연방 정부든 개인이든 빚을 지는 것이 수지를 맞추기 위해 애용하는, 아마도 유일한 수단이 돼버렸다. 이른바 고속 성장을 이끌고 있는 것은 중산층 확대에 필수적인 일자리 창출과 탄탄한 임금이 아닌 빚 만들기와 무책임한 연방적자다. 간단히 말해 나라의 미래를 담보로 현재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지난 주말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지난 9월 소비자 신규 부채가 올들어 가장 큰 규모로 늘었다고 보고했다. 9월 증가액은 8월보다 9.7% 늘어난 151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체 소비자 부채를 1조9,700달러로 끌어올렸다. <밥 허버트(뉴욕타임스 컬럼니스트) >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