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금리인하를 둘러싸고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대립각을 세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이 총재는 금융협의회에 앞서 "최 경제부총리가 기준금리는 금융통화위원회의 권한이라는 생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전날 최 경제부총리가 국회에 출석해 금리인하를 우회적으로 압박한 데 대한 반발로 해석된다. "금리는 금통위가 결정할 사안이므로 공개적으로 말하기에는 부적절하지만 제 생각은 이미 시장에 전달됐을 것"이라는 게 최 경제부총리의 발언이었다. 아무리 우회적이라도 과도한 개입이었고 이 총재는 중앙은행 수장으로서 그 점을 옳게 지적한 셈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이 총재가 자초한 측면도 있다. 그는 10일 금통위가 7월 금리를 동결하면서 향후 경기의 하방 리스크가 커지고 물가상승 압력은 예상보다 약해졌다는 논리를 들어 8월 금리인하를 강력히 시사했다. 재정 당국과의 정책공조에 대한 강조도 각별했다. "최경환 후보자(당시)와 경제를 보는 시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코드까지 맞췄다. 이후 시장에서는 금리인하가 기정사실이 됐고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4개월 만에 3% 아래로 떨어졌다. 한은 총재가 켠 '금리인하' 깜빡이가 시중금리 급락을 초래한 것이다. 5월에만 해도 금리인상 깜빡이를 켰던 이 총재가 불과 두달 사이 깜빡이를 바꿔 켜면서 시장에 혼란을 가중시킨 셈이다.
물론 금리인상이냐 인하냐의 선택은 쉽지 않다. 금리와 경기의 상관효과가 갈수록 불명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양적완화 출구전략을 두고 고민에 빠진 미국 중앙은행(Fed·연준)과 초저금리 정책을 지속할지 여부로 고심 중인 유럽중앙은행(ECB)도 한은과 상황이 다르지 않다. 미국과 유럽 중앙은행 수장들이 최선의 정책 도출을 위해 수시로 자신의 입장을 바꿔가며 시장과 소통한다는 점에서 한은 총재 역시 그런 행보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 총재의 경우 '실세 경제부총리' 등장 이후 변화의 진폭이 커졌다는 점이 문제다. 정치와 여론에 휘둘리고 있다는 증거다. '대중의 뜻을 거스르면 대중에게 죽고 대중의 눈치만 살피면 대중과 같이 망한다'는 플루타르크의 경구를 되새겨야 한다. 자신이 희생되는 한이 있더라도 정치와 여론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각오가 이 총재에게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