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에 '당국이 원·달러 환율 하락을 용인하고 있다'는 시장의 의구심을 없애고 내수위축이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원화 강세로 수출마저 위험할 수 있다는 일부의 경고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환시장에 대한 정부의 구두개입은 지난달 10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정부의 구두개입으로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종가기준)보다 1원80전 오른 달러당 1,024원40전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상승세로 출발했다. 하지만 "원화절상이 내수회복에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이 환율 하락을 용인하는 것처럼 인식돼 하락반전했다. 그러자 정부가 나섰다. 원·달러 환율이 1,020원에 근접하자 최희남 국제금융정책국장은 "최근 환율의 움직임과 관련해 외국인자금 유입,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거래 등에 있어 투기적 요소가 있는지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최 국장은 이어 "시장 쏠림을 유발하는 투기적 움직임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해나갈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후 환율은 상승세로 전환해 1,024원선까지 올랐다.
물론 이날 정부와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 수위에 미세한 차이가 나타나면서 시장의 해석이 갈렸다. 이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환율의 단기간 급변동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내수 측면에서 보면 원화절상이 실질구매력을 키워 긍정적인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는데 시장은 환율 하락의 긍정적 멘트에 더 주목했다. 이 총재 발언 직후 환율이 떨어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발언의 수위는 다를 수 있지만 급격한 환율 변동을 지켜보고 있다는 부문을 더 주목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