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칼럼] 아시아 국부펀드를 경계하라

세계 금융시장에 국부펀드가 밀려오고 있다. 씨티그룹ㆍ모건스탠리ㆍ메릴린치등 뉴욕 월가의 내로라는 은행들이 아시아 국부펀드에 손을 내밀어 각각 50억달러를 빌리고 지분을 내줬다. 씨티는 그것도 모자라 100억달러를 더 차입할 계획이다. 각각의 투자규모가 한국 외환은행의 경영권을 사고도 남을 금액이고 앞의 것들을 합치면 곧 매물로 나올 산업은행과 우리금융지주를 거뜬히 매입할 수 있다. 국부펀드는 최근 무역흑자로 막대한 보유외환을 쌓은 중국, 고유가로 돈을 벌은 산유국을 중심으로 엄청난 규모로 팽창하고 있다. 중국은 1조5,000억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 가운데 일부를 떼어내 중국투자공사(CIC)를 만들었고 사우디아라비아도 1조달러 규모의 펀드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모건스탠리의 분석에 따르면 국부펀드의 규모는 현재 2조5,000억달러에 이르며 오는 2015년이면 7조5,000억달러 규모로 팽창할 것이라고 한다. 이런 가정을 해보자. 아시아 국부펀드들이 방향을 틀어 한국으로 밀려온다면 우리 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간단하게 계산하면 중국이 보유외환 1조5,000억달러를 쏟아붓는다면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한국 기업 모두를 살 수 있다. 한국 유가증권시장의 전체 시가총액은 지난 11일 현재 893조원으로 중국외환보유액은 그보다 50% 이상 많다. 중국투자공사 조성금액 2,000억달러로는 삼성그룹 전체(시가총액 146조원)의 지분을 100% 매입하고 삼성전자(시가총액 76조)의 지분 50%를 쥐는 데 필요한 돈 400억달러는 하루아침에 서해를 건너올 수 있다. 6ㆍ25 때 쓰라린 기억을 남긴 중국의 인해전술(人海戰術)이 50여년이 지난 지금 전해전술(錢海戰術)로 다가와 한국 경제를 싹쓸이할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작금의 정황을 감안하면 이런 가정이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첫째, 아시아 국부펀드들이 쌓아둔 수조달러의 현찰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세계 각지를 헤매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선진국 국채와 부동산을 사고 서방의 부실 은행들에 투자하지만 매력적인 장삿거리가 나오면 금새 달려들 여건이 형성돼 있다. 둘째, 국내에서 곧 대형 기업과 금융기관의 매물이 나온다는 점이다. 대우해양조선ㆍ현대건설ㆍ하이닉스ㆍ대한통운은 물론 산은ㆍ우리금융지주ㆍ기업은행이 줄줄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오는데 모두가 높은 수익을 내는 회사다. 10조원 이상의 대형 매물을 소화해낼 한국 자본세력이 드물고 설사 있더라도 각종 규제에 묶여 움직이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여건에서 한국 기업에 관심이 높은 중국이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인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서적으로 미국ㆍ유럽등 서방자본에 한국 기업이 팔려나가는 것을 우려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서방자본이 아니라 아시아 특히 중국의 국부가 한국에 밀려오기 직전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누차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하겠다고 약속했다.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해외자본을 유치해야 한다는 방향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유수의 국내 기업이 해외국부펀드에 매각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민간자본은 이윤추구가 제일의 목표지만 국부펀드는 이윤보다는 그 나라의 경제 및 산업정책을 우선시한다. 한국기업이 아시아 국부펀드에 넘어간다면 인수한 나라의 이익에 따라 경영될 것이 분명하다. 차기 정부는 주변에 막대한 현찰이 한국 경제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국내 기간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를 만들고 대항자본을 조성하는 게 외국인투자 유치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미국 대형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아시아의 국부펀드에 손을 벌리면서도 절대로 의결권을 내주거나 한 곳에 10% 이상의 지분을 주는 경우가 없다는 점은 배울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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