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약은 약사에게, 소송은 변호사에게

위철환 대한변호사협회장


"변호사님. 억울합니다!" 면사무소에서 '마을 변호사'가 방문해서 주민을 위한 법률상담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온 '나'는 청년 변호사에게 넋두리를 풀어놓았다.

농업용수를 관리하는 제방 계단을 지나다가 왼발이 구멍에 빠져 다리가 부러지면서 전치 14주라는 큰 부상을 당했다. 병원비도 제법 들었고 신체적인 고통은 물론 가족이 간병하느라 농작물 관리를 못해 농사도 엉망이었다.


법률 사무소 하나 없는 시골 무변촌(無辯村)에서 어디 하소연할 곳조차 막막했던 참에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보내 준 마을변호사는 나에게 가뭄의 소나기 같이 반가운 손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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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물'인 제방의 설치나 관리에 하자가 있었기 때문에 제방의 관리자나 소유자로부터 치료비나 위자료 등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제방을 다닐 때 좀 더 조심하지 아니한 점을 참작해서 배상액이 깎일 수는 있다. 시골까지 찾아온 청년 변호사의 속 시원한 답변은 먹구름 낀 나의 답답한 마음을 말끔하게 씻어 주었다.

약에 관한 전문가가 약사라면, 법과 소송에 대한 전문가는 바로 변호사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강국이기에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으로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정작 법적 분쟁이 생겼을 때 내가 당한 사건에 필요한 정보를 찾기란 모래밭에서 바늘을 찾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설령 있다고 해도 그 정보의 신뢰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국민의 권리의식이 높아지면서 변호사의 법적 조력을 구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대한변협이 지난해 6월부터 정부와 함께 변호사가 없는 지역에 운영하는 '마을변호사 제도' 상담 건수는 공식 집계 기준 300건을 넘었다. 대한변협 산하 법률구조재단이 집계한 법률구조 신청건수만 봐도 2012년 646건, 2013년 877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법률상담을 하다 보면 부득이 소송을 통해 해결할 사안이 있기 마련이다. 그동안 '나 홀로 소송'이나 법률 전문가가 아닌 사람의 조언에 따라 소송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법 시스템은 매우 복잡하다. 당사자가 자기 책임 아래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는 원칙(변론주의·처분권주의)을 모르고 중립적인 심판인 판사가 모든 것을 알아서 해줄 것이라는 생각으로 소송을 하다가 이길 소송을 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법률전문가인 변호사의 도움이 민사소송에서도 필수적인 이유다. 민사사건에서도 형사사건처럼 변호사가 일정 사건에 있어 반드시 변론에 참여하도록 하면 어떨까.

일정 범위의 사건에서 변호사가 필수적으로 당사자와 함께 사건을 정리하고 적절한 법적 조치를 적시에 취해 소송을 하도록 조력하는 제도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렇다고 경제적 부담 때문에 법률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하는 서민들이 있어서는 안 된다. 서민의 사법복지 차원에서 국가와 사회가 일정 부분 부담을 나줘야 한다. 대한변협 역시 변호사 변론주의 확대와 더불어 법률구조재원을 확충해 서민들의 사법 접근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국민 권리 보호를 위해 '소송은 꼭 변호사에게'를 제도화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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