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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차입금 얼마나 되나
입력2009.02.18 17:51:00
수정
2009.02.18 17:51:00
국내금융기관 총규모 130억弗 불과<br>유럽등서 재투자 규모는 파악도 못해<br>지난해말부터 日로 리턴… 금융시장 불안요인으로
미국의 ‘달러 사냥’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고금리 국가에 투자된 이른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회수속도를 더욱 빠르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글로벌 금융불안으로 엔화자금이 위험자산에서 미 국채로 투자 대상을 옮길 가능성이 높아 엔 캐리 트레이드 회수 압박은 국내 금융시장의 지속적인 불안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내 금융기관들이 엔화로 빌려온 차입금 총 규모는 130억달러에 불과하고 3월에 만기가 되는 금액은 20억달러 미만이다. 하지만 이는 공식적인 수치일 뿐 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다시 투자한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은 정확한 규모조차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
재정부의 한 당국자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은 실체가 잘 보이지 않는다”며 “일본의 경기침체에도 엔화가 강세를 보이자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들이 청산되는 것으로 파악하는 정도일 뿐 심각하게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제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일본에서 직접 들어온 자금만이 아니라는 데 있다. 단순하게 일본에서 바로 들어온 자금의 리턴 정도라면 정부 당국자의 말처럼 국내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겠지만 유럽 등 여타 국가의 금융기관이나 기업이 저금리인 일본에서 돈을 빌려 투자했다면 예상보다 많은 자금이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으로 분류될 수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리턴은 지난해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엔 캐리 트레이드의 간접 지표인 투기적 엔화선물 거래가 지난 2007년 12월부터 순매수로 반전됐고 일본 내 외국은행 지점의 본지점 간 계상 자산잔액과 투자신탁의 해외운용잔액도 지난해 말 기준으로 1년 새 각각 13조2,000억엔, 15조8,000억엔 감소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자산잔액과 해외운용잔액의 감소는 일본 내 해외은행 지점이 본점에 제공한 엔화대출을 회수하고 일본 투자자는 해외증권투자를 회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동유럽의 경기침체도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회수 압박요인이 되고 있다. 저금리에 일본을 빠져나온 자금이 유럽의 투자은행을 통해 동유럽 이머징마켓에 투입됐지만 이번 경기침체에 대한 충격으로 탈출이 시작되고 있다. 여기다 일본 은행들의 사정도 해외로 나간 엔 자금을 불러들이고 있다. 주식투자로 손실을 입은 상황에서 해외자산을 팔아 손실을 메우고 있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3월 결산을 앞두고 일본계 금융기관들이 세계 각국에 투자한 위험자산을 청산하고 자금을 일본 국내로 돌리고 있는 것이 (경기침체에도) 엔화 강세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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