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퇴직후 마땅히 할 건 없고… 창업 내몰리는 베이비부머

매년 줄던 자영업자수 9월까지 40만명 급증<br>대부분 업종 포화상태… 빈민층 양산 폭탄우려


"식당을 하면 대부분 망한다는 거 잘 알지요. 하지만 달리 대안이 없었어요." 대형 유통회사에서 근무하다 지난 2009년 퇴직한 박성만(44ㆍ가명)씨는 서울 근교에 음식점을 냈다가 1년 만에 퇴직금을 포함해 약 3억원을 날렸다. 그는 빚을 갚기 위해 아내와 함께 갖은 일을 다 했고 최근에야 은행 대출금 1억5,000만원을 청산한 뒤 작은 회사에 재취업했다. 박씨는 그래도 어렵게나마 빚을 청산하고 재취업해 사정이 나은 편이다. 많은 경우 '퇴직→창업→폐업' 과정을 밟은 뒤 빈곤층으로 전락한다. 요즘 회사 사무실이 들어선 웬만한 거리에는 거의 매일 식당이나 커피집 인테리어 공사로 시끄럽다. 이곳에서 새 인생을 시작하는 주인들은 대부분 40~50대로 직장생활을 하다 퇴직하고 창업한 케이스다. 이 같은 창업전성시대는 정부의 통계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528만3,000명이었던 자영업자 수가 9월에는 569만2,000명으로 40만9,000명 늘었다. 이들이 대개 가족과 함께 사업을 시작하는 점을 고려하면 40만9,000가구가 자영업에 나선 것으로 그야말로 폭발적인 증가세다. 특히 2005년 이후 매년 감소 추세를 보이던 자영업자 수가 올 들어 증가세로 반전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자영업자 증가가 창업시장 확대라는 측면에서는 우리 경제에 좋은 징조로 해석될 수 있으나 문제는 이 같은 자영업자 증가가 빈곤층 양산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상당수 자영업자는 저숙련 근로자인데다 생계형 서비스업이 중심이다. 대부분의 업종이 이미 포화상태를 보이고 있으며 일부 대기업들이 분식사업에 진출하는 등 갈수록 영세 자영업자의 경영여건이 어려워져 성공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7만7,000개의 자영업 일자리가 사라졌다. 이 중 5만9,000개가 5인 미만 영세사업체로 주로 도소매업ㆍ운수업ㆍ음식숙박업ㆍ부동산업에 집중돼 있다. 반정호 한국노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대기업의 진출로 자영업이 몰린 분야도 대형화ㆍ전문화 추세"라며 "경쟁가열로 자영업의 소득창출력이 약화돼 저소득으로 인한 빈곤화가 현실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우리나라의 자영업은 식당 등을 위주로 해 생산성이 낮고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며 "불경기가 현실화됐다는 점에서 자영업 증가는 부정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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