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새누리당 초·재선 소장파, 쇄신파 의원들 사이에서 "기성 보수 정치인들이 정치개혁, 클린 정치 등을 내세웠지만 결국 달라진 게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면서 "일차적으로 여권에서 친박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권력구도가 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의 굴레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비박계와 초·재선 소장파, 쇄신파들은 여권 재편에 대한 목소리를 내놓기 시작했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여권 내에서 '성완종발' 인적 쇄신은 벌써부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검찰수사가 진행되면서 어느 정도 사태가 진정 국면에 들어가면 당 재건 작업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초·재선의원, 쇄신파는 개혁·소장파의 새로운 리더로 급부상한 유승민 원내대표가 내세운 '신(新)보수'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검찰의 '철저한 성역 없는 수사' 입장을 정부·청와대와 상의 없이 독자적으로 밝힌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 대한 기대감도 적지 않다.
총선이 1년도 채 안 남은 상황에서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본격화할 경우 유권자들 사이에 '기성 보수정치 행태'에 대한 혐오감이 더욱 급증하면서 '물갈이론'으로 이어질 공산이 적지 않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한국반부패정책학회 회장)는 "성완종 리스트는 보수가 가진 큰 약점을 민낯으로 드러낸 사건"이라면서 "보수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의원총회나 최고위원회의 등을 통해 당의 공식적인 입장을 모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4·29 재보선 이후 중장기적인 반부패혁신방안과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총선 후보자로 부패 전력이 있는 정치인에게는 절대로 공천을 주지 않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기존 국회의원에게 투표하지 않겠다는 '현역의원 교체 비율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JTBC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국회의원을 교체해야 한다는 응답률이 50.2%를 기록했으며 현역 의원을 계속 유지 시켜야 한다는 쪽은 27.0%에 그쳤다. 이 조사가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벌어지기 전에 나온 것임을 감안하면 국회의원 교체를 원하는 비율은 더욱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보수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야당과의 협력이 필요하고 새로운 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성완종 리스트는 의원 몇몇이 아니라 현 정권 중심들과 총리가 거론되며 정권과 동일시하면서 보수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강화하는 사건이 될 것"이라면서 "보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야당과 소통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특히 새누리당의 정두언·정문헌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을 중심으로 한 여권의 중도개혁파 인사들은 여권 내 개혁 성향 인사들뿐 아니라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같은 야당의 중도파 인사들까지 끌어안는 새로운 '판'을 만드는 구상을 발전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모임에 참여하는 한 의원은 "이번 사건 같은 문제는 여당만 쇄신해서는 해결할 수 없다"면서 "영·호남 기득권을 깨고 이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새누리당 비박계의 맏형격인 이재오 의원과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등이 주도하는 개헌 논의에 탄력을 붙일 계기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