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미디어 홈」구현 첫 시험무대”/천문학적 규모시장 선점땐 통신최강자 부상/일부선 “공기업의 문어발확장” 비판한국전력과 두루넷, 미마이크로소프트사의 양방향 멀티미디어 서비스 부문 협력은 이 사업이 「빌 게이츠 구상」의 시험무대가 될 것이란 점에서 세계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빌 게이츠 구상이란 컴퓨터·비디오·오디오 등의 기기를 하나로 연결, 초고속통신망을 통해 집안에 앉아 세계 어느 곳과도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멀티미디어 홈」시대를 열겠다는 것.
「컴퓨터 황제」 빌 게이츠가 한국의 전력회사를 파트너로 잡아 자신의 구상을 펼친다는 점에서 각국 정보통신업체들이 비상한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은 이번 양방향 멀티미디어사업 진출 결정에 따라 국내시장에선 먼저 한국통신의 강력한 경쟁상대로 부상하게 된다. 앞으로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천문학적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이란 전망에 비춰볼 때 한전의 정보통신사업은 전화라는 공공사업에 발목을 묶인 한국통신보다 오히려 유리한 여건이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한전은 이미 한국통신에 이어 국내 2위의 통신업체다. 전국에 걸쳐 총연장 9천4백㎞의 통신망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정보통신부로부터 인터넷, PC통신등 부가통신사업을 허가받았기 때문에 멀티미디어 사업 진출에 필요한 법적 절차는 이미 마무리 지어진 상태.
마이크로소프트가 한전을 파트너로 잡은 이유는 이 회사의 전국규모 네트워크 때문이다. 전국에 걸쳐 대규모 네트워크를, 그것도 광케이블망으로 깔고 있는 단일 업체는 한국의 한전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전의 광케이블망이 완전한 것은 아니다. 전력선의 중심에 광케이블 몇가닥을 삽입한 「절충형」이다. 따라서 본래 의미의 광케이블망보다는 성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전은 현재 광케이블망을 CATV사업자들에 임대해주고 있는데 이에따라 한전의 이번 사업은 CATV망으로는 세계 처음 시도되는 멀티미디어 서비스여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각국의 정보통신업체들이 전화선을 이용한 주문형 비디오 등을 시범서비스하고 있지만 기존의 전화선으로는 대용량의 영상정보 등을 전송하기 어렵다.
본격적인 양방향 멀티미디어 서비스는 광케이블 네트워크가 완벽하게 깔려진 상황에서만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물론 광케이블을 전국 규모로 개설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 이에따라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조차 일부 지역에만 광통신망을 구축, 시험 서비스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국가는 오는 2010년까지 광통신 시스템을 설치 완료한다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한전은 마이크로소프트와의 멀티미디어 서비스 공동사업에 대해 아직 성공 여부를 확실히 장담하지는 못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측이 그동안의 실사결과, CATV망을 이용한 양방향 정보전달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과연 이용자들이 만족할 만한 서비스 결과가 나올지는 아직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한전은 그러나 이번 사업이 멀티미디어 서비스산업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세계적 시험무대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초고속망에 비해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양방향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면 이는 향후 이 분야 사업에 새 전환점을 제시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한전의 멀티미디어 서비스 사업 진출을 계기로 한전의 비대화에 대한 우려도 적지않다. 국내 최대의 공기업인 한전이 본연의 목적인 전력사업외에 정보통신(국제전화사업 진출·회선망 임대), 방송(연합TV뉴스 인수), 액화천연가스 도입 추진 등에 사업영역을 다각화하는 것은 민간기업으로 치면 문어발 확장에 다름아니라는 것이다.<한상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