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시론] 노사정위 원점서 정비를

宣翰承노동연구원 연구조정실장노사정위원회가 발족하여 1년동안 활동한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1년동안 노사정위원회는 IMF체제하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여기에다 노사정위는 지난 반세기동안 노동통제적 관행에 익숙한 우리 노사관계에 하나의 사건으로 기록됨직하다. 이런 노사정위가 구조조정과정에서 발생한 대량실업사태로 인해 벼랑 끝에 몰린 노동계의 탈퇴선언으로 커다란 충격을 느낀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노사정위가 새롭게 거듭날 수 있도록 찬찬히 생각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원론적으로 보아 노사정 3자협의체는 언제나 깨질 수 있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었던 점을 우리 모두 직시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경우를 보면 노사정위가 67년에서 76년까지 존속해 왔으나 노동계의 탈퇴로 해체된 후 이제는 경제위기시 전략카드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노사정위가 이지경까지 된데 대한 냉정한 자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와 사측은 노사정위를 통해서 정리해고와 근로자파견제도를 법제화하는데 노동계의 협조를 얻어낸 만큼 이에 상응한 선물을 안겨주는데 노력을 했어야 했다. 반면에 노측은 노사정위에 참여함으로써 정책의 파트너로서 위상이 강화되었다는 점을 간단히 넘겨버릴 수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 탈퇴쪽으로 몰고가는 것은 다소 성급한 면이 없지않다고 할 것이다. 정부와 사측은 노사정위의 과실에만 관심을 두었지 평소에 이들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서 신뢰관계를 형성하는데에 소홀히 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노동계 역시 노사정위의 한축을 담당한 주체로서 불과 1년동안의 참여결과를 놓고 더욱이 IMF체제라는 비상경제체제 하에서 탈퇴를 감행한 것은 책임있는 자세가 아닐 것이다. 우리는 노사정위의 탈퇴 이후의 결과에 대하여 지나친 과민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노사정위는 언제나 제발로 들어갔다 싫으면 나오는 자율적 토대가 구축되어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 노사정위 탈퇴와 같은 갈등국면은 구조 조정으로 실의에 빠진 수많은 실직자들에게는 불만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다만 우리가 보다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탈퇴선언 이후 전개될 노조의 투쟁전략 수위이다. 노동계 상급단체에서의 파국이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주지않도록 세심한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이 보다 더 중요하다고 하겠다. 필자가 보건대 노동계는 이번 노사정위 탈퇴로 중요한 의사 표시의 채널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정부와 사측보다도 훨씬 답답함을 느끼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총파업과 같은 수단을 사용하기에는 우리나라의 현재 경제여건과 단위노조의 호응도 측면에서 그리 간단치만은 않을 것으로 본다. 노사정위는 이제 노동계의 한 축이 빠져나간 상황에서 다시한번 기본적인 체제정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틀 속에서 정부와 사측은 지난 1년 동안의 경험을 활용하여 신뢰구축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노동계는 노사정위의 탈퇴라는 카드를 사용함으로써 노동계의 힘을 대내외에 과시한 상황에서 이제는 냉정을 찾고 파국을 맞지 않도록 냉정을 잃지 말아야 한다. 노사정은 우리나라의 외환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이제 움트기 시작한 경제회생의 싹이 꺾이지 않도록 책임있는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