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거대한 잠재시장 「아세안」/문원기 수출보험공사(특별기고)

◎김 대통령 순방 계기 민관공조체제 강화를○선진국 직접투자 급증 지난 10여년간 역동적 성장을 지속해 온 동남아국가연합(ASEAN)은 이제 과거의 느슨한 협력체제에서 벗어나 아세안자유무역지대(AFTA) 결성을 추진하는 등 역내단일시장 형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작년 7월 베트남이 가입한데 이어 내년에는 캄보디아와 라오스, 2000년에는 미얀마가 가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따라 21세기의 ASEAN경제권은 인도차이나까지 확대되어 유럽연합(EU)이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버금가는 인구 5억의 거대시장으로 발돋움할 전망이다. 최근에는 1백50억달러이상이 소요되는 메콩강유역개발사업을 비롯, 대단위 사회간접자본의 확충계획이 잇달아 추진되고 있어 이지역에서 건설 및 대형프로젝트의 수요는 엄청난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역내단일시장 확대에 따른 거대한 잠재력에 매료되어 이를 선점하기 위한 선진 각국의 ASEAN에 대한 직접투자도 급증하는 추세이다. 우리나라도 ASEAN국가와의 경제협력 필요성이 증대됨에 따라 이 지역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아직도 일본, 미국은 물론 경쟁국인 대만에 비하여 크게 뒤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마닐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과 더불어 베트남, 말레이시아에 대한 김영삼 대통령의 공식방문은 시기적으로 이 지역에 대한 우리업체의 진출을 확대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대통령의 순방국중 베트남은 사회주의 체제하에서 시장경제를 도입하는 도이모이(쇄신)정책을 실시한지 10년이 지난 오늘 그 결과에 대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전체 수입의 약 5분의 1 가량을 우리나라에 의존하고 있으며 지난 92년 국교재개후 연평균 35%이상의 교역 증가율을 보이는 등 매우 활발한 교류가 지속되어 왔다. 베트남은 이제 거대한 개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인도차이나 반도 진출의 전지기지로서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나라가 되었다. 말레이시아는 싱가포르와 함께 동남아국가중 가장 앞서 지속적인 경제발전의 토대를 이룩한 나라로서 2020년까지 국민소득 1만달러의 선진국대열 진입이란 야심찬 목표를 추진중이다. 금년 3월 방콕 ASEAN회의에서 결정된 범아시아 철도망건설사업의 간사국이며 메콩강 개발사업의 실무회의 의장국을 맡는등 ASEAN의 핵심국이어서 우리나라와의 협력확대가 긴요한 시점이다. ○「제살깎기 경쟁」 그만 그러나 지금 우리가 김대통령의 순방을 계기로 아세안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려면 몇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이 있다. 먼저 적극적인 세일즈외교를 포함한 정부, 기업, 금융부문에서의 통상협조체제의 구축이 절실하다. 동남아지역 최대투자국인 일본은 기존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무역, 투자, 자금지원은 물론 기술원조에 이르기까지 협력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특히 정부가 주도하여 각국의 제도나 법률 등을 데이터베이스화시켜 정보를 제공하고 공적개발원조(ODA)와 연계하여 자국업체들의 참여가 가능한 프로젝트발굴 및 시장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까지도 제시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도 정부와 민간기업간의 공조체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으며, 미국도 ASEAN을 이미 10대 신흥시장(Big Emerging Markets)의 하나로 선정하고 보다 체계적인 시장점유를 국가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투자자세의 전환도 필요하다. 지금까지 우리는 저개발국의 싼 임금을 찾아 나서거나 선진국의 수입규제에 대한 우회기지로서 소극적인 해외투자가 중심이었다. 그러나 ASEAN 역내국가들의 개발경쟁이 치열한 지금은 무엇보다 장기적인 세계경영전략의 일환으로 투자에 나서고 현지에 기여하며 시장을 주도해 나가는 진출방안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뿐만아니라 우리끼리의 과당경쟁, 중복투자 등을 피하고 세계화시대에 보다 성숙된 모습으로 선진국다운 투자진출의 면모를 보여주어야 한다. ○현지경영 강화해야 지난날 우리는 이들 동남아 국가에서 제살깎기식의 무분별한 경쟁적 진출을 일삼다가 스스로의 이미지를 나쁘게 한 적도 있었다. 일본도 70년대초 현지문화와 관습, 제도 등에 대한 몰이해로 반일감정을 불러 일으킨 적이 있었다. 선진국들과의 경쟁이 날로 심화되고 있는 와중에서 그와같은 실수를 우리가 다시 범한다면 돌이키기 힘든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다. 또한 이들 지역에 대한 진출이 반드시 성공으로 이어진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싱가포르와 몇 나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짧은 시장경제 경험과 함께 아직도 개발독재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시말하면 정치·경제적으로 다소 불안한 형편이다. 빈부격차, 부정부패, 민주화 요구 등 정세불안 요인이 상존하고 있으며 산업구조도 취약하여 세계경제침체 등과 같은 외부요인의 변화에 의해 민감하게 흔들릴 수 있는 환경속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진출을 하려면 면밀한 사전조사가 필요하며 대통령의 순방효과를 뒷받침하는 정부 및 관련기관의 능동적인 지원이 수반되어야 한다. ASEAN지역에 대한 진출은 그 성장의 기회와 그에 따르는 리스크를 맞바꾸는 것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는 방법중의 하나인 수출보험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한 지역이며, 필요한 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연구위원·경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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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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