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10월 12일] '현대家 노조'의 새로운 도전

국내 노동계를 대표하는 현대중공업 노조와 현대자동차 노조는 과거 현대노조 총 연맹(현총련)소속으로 늘 한 배를 탔다. 현대그룹이 갈라지면서 현총련도 해체됐고 이들 노조도 각각 제 갈 길을 걷고 있지만 아직'현대가(家) 노조'라는 강한 동질성만큼은 그대로 남아 있다. 최근 현대중 노조와 현대차 노조가 새로운 실험과 도전을 통해 국내 노동운동사에 또 다른 획을 그을 만한 행보에 나서 노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우선 현대중 노조는 노사화합과 상생의 모델을 뿌리내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해 초 노사협상을 사측에 전격 백지위임, 노동계와 재계의 큰 주목을 받았던 오종쇄 노조위원장이 현대중 노조 사상 처음으로 연임 도전에 나선 일이다. 현대중 노조위원장이 연임을 위해 선거에 재출마하는 것은 지난 1987년 노조 창립 이래 처음이다. 오 위원장의 재출마 결정은 '회사도 어려운 와중에 자칫 강성노조 회귀로 노사안정 기조가 깨진다면 노사 모두 공멸할 수 있다'는 노조원들의 절박한 심정을 떠안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오 위원장은 올 초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 회사가 큰 어려움에 부닥치자 임금 및 단체협상안을 사측에 백지위임하는 등 현중 노사가 14년 연속 무분규 타결기록을 이어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맡았다. 중도합리 노선의 이경훈 지부장 체제가 출범한 현대차 노조의 움직임은 더 예사롭지 않다. 현대차 노조는 최근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에 내는 한 달 치 조합비 8억원을 내지 않고 보류시켰다. 현대차 노조가 금속노조에 조합비 납부를 보류시킨 것은 2006년 산별노조 전환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출범 당시 금속노조와의 관계 재정립을 강하게 내세운 새 집행부가 '탈 금속노조'를 통한 홀로서기에 본격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대중 노조는 2005년 민주노총을 탈퇴한 뒤 민주노총에 매년 70억~80억원씩 납부하던 조합비를 노조원 복지에 투입, 현대차 노조원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노조로 자리 잡았다. 현대차 노조 이경훈 지부장도 '현대중공업 식 노조를 지향한다'고 공식적으로 강조한 바 있다. 14년간 제 길을 걸어온 이 두 회사의 노조가 노사화합을 모토로 새로운 '현대가 노조'로 탄생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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