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고령화의 덫에 빠졌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30일 '고령사회백서'를 통해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75세 이상 '후기고령자'가 전년보다 52만명 늘어난 1,322만명(10.4%)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노인연금제도에 따라 65세~74세 고령자를 '전기고령자', 75세 이상 고령자를 '후기고령자'로 분류하는데, 후기고령자가 전체 인구의 10%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이로써 일본은 너무 높아진 노인 인구 비중으로 국가 생산력이 떨어지는 구조적인 위협에 직면, 경기침체의 악몽이 오래도록 지속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이번 조사에서 일본은 전ㆍ후기고령자를 통틀어 셀 경우 전체 고령자 수가 전년에 비해 76만명 증가한 2,822만명으로 증가, 총 인구 중 22.1%나 차지했다. 고령화사회라는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은 10%에 그쳐 일본에 비하면 여전히 젊은 축에 속한다. 문제는 일본의 초고령화가 경제인구를 감소시킴으로써 경기침체 탈출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 잠시나마 '잃어버린 10년'에서 탈출한다는 기대감을 심어줬던 일본 경제가 '영원한 쇠퇴기'로 접어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우선 노동가능 인구 수가 줄어든다. 2009년 4월 노동인구 수는 6,322만 명으로 전년보다 1.7% 감소했다. 현재 14세 이하 어린이 인구 비중은 미국이 20%, 일본은 13.4%에 불과해 앞으로도 걱정이다. 일하는 사람이 줄어들면 경제 성장도 여의치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고령인구가 1% 늘면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0.041%포인트 감소한다. 또 노년층은 소비도 적게 해 한 나라의 내수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이 같은 경우 기업들이 해외로 탈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정부로서도 세수 감소ㆍ노인연금 고갈 등에 시달리게 된다. 일본 내각부 관료인 한다 노리에는 "일본의 고령인구가 앞으로도 잘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갈 수 있을지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경기침체형 인구 구조'를 깨기 위해서는 산업구조의 대대적인 재편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의료ㆍ노인용품ㆍ요양 등의 산업을 발전시킴으로써 노인형 경제구조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년퇴임 시기를 늦추자는 제안도 호응을 얻고 있다. 영국 보험사인 하이먼즈 로버트슨의 클라이브 포티스는 "평균 퇴임연령을 70세까지만 늦춰도 엄청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적극적인 출산 장려 정책을 시행하고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노동력 증강에도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도 일본의 위기를 남의 불구경하듯 바라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일본에 비하면 별 것 아닌 수준이지만 여전히 세계적인 수준의 고령화사회인 데다, 출산율은 일본보다도 낮은 여성 1인당 평균 1.2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