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벤처 '패자부활제' 도덕적 해이 없게

실패한 벤처기업가의 재기를 돕는 ‘벤처기업 패자부활제’가 시작됐다. 16일부터 벤처기업협회의 1차 도덕성 평가를 거친 뒤 기술과 사업성을 다루는 기술신용보증기금의 2차 평가를 마친 기업에 대해 최대 30억원까지 보증하게 된다. 그동안 중소기업청에서 벤처기업 인증을 받은 기업은 2만여개에 이르지만 그 가운데 1만2,000여개 기업이 도중하차했으며 현재 ‘벤처 부활제’의 신청 요건을 갖춘 기업은 1,000여개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듯 한차례 홍역을 치른 벤처기업가가 실패를 거울삼아 다시 재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벤처 부활제’는 나름대로 의미를 지닌다. 미국에서도 ‘정직한 실패’에 대해서는 재기의 기회를 주고 있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이 지적했듯이 과거 한국정부의 과도한 신용보증이 ‘벤처 거품’을 가져왔던 게 사실이라면 ‘벤처 부활제’의 적용은 아무리 엄격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정부 시절 도입된 벤처확인제도가 ‘묻지마 투자’를 야기해 결국 주가폭락으로 이어진 전례에 비춰볼 때 더 이상 벤처의 도덕적 해이를 용납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벤처기업의 기술을 평가할 때 그 사업성도 철저하게 점검해야 함은 물론이다. 하루가 다르게 기술적 진보가 이루어지고 기업환경 역시 달라지는 현실을 감안할 때 지난날 성공하지 못한 기술로 내일의 성공하는 벤처를 가꿔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실패한 벤처기업가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여력이 없었을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패자부활제’의 공정한 심사에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심사가 공정해도 벤처기업의 속성상 모두 성공하리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벤처캐피털 등 민간자본시장을 활성화함으로써 위험요소를 낮추고 수익성을 보장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1조원 규모의 모태펀드에 이어 ‘패자부활제’까지 도입됨으로써 벤처지원제도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 됐다. 거품이 아닌 진정한 벤처의 부활이 남은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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