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7월 5일] 한국노동연구원을 살리자

지난 6월22일 한국노사관계학회 20주년을 기념하는 학술대회 특별세션에서 빈사 상태에 놓인 한국노동연구원에 대한 중견 및 원로 학자들의 염려가 표출됐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단협 폐지에서 시발된 한국노동연구원 사태는 우리 노사관계 현실의 밑바닥을 드러내면서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고 말았다. 이에 대한 우려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학회 20주년 자리에서의 우리 노동사회 발전에 각별한 애정이 있는 분들의 충정 어린 염려이기에 가벼이 넘길 수 없다. 솔직히 이미 사태가 갈 때까지 가버린 시점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 하는 회의가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실제 관계 당국자 몇몇에게 물어봐도 말꼬리를 흐릴 뿐 진지한 반응을 접할 수 없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언뜻언뜻 들리는 한국노동연구원 '죽이기'는 학문적인 차원에서나 정책적인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현명하지 못한 처사이기 때문에 관계당국의 숙고를 요청한다. 우선 '죽이기'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우리 역사와 사회 발전의 한 이정표일 뿐만 아니라 향후 지속 가능한 발전에 불가결한 소중한 기관인 만큼 '살리기'로 가닥을 잡고 이에 힘을 합쳐야 한다. 일각에서는 노동연구원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도 노동정책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개인이나 다른 연구기관에 필요한 업무를 대행시키면 된다고 하고 실제 그렇게 하고 있지만 정책 실무자의 고충은 말이 아닌 것으로 듣고 있다. 해당 연구자나 연구기관에는 미안한 얘기지만 그동안 '대행'의 결과물을 보면 질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이 비단 필자만의 판단은 아닐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운명을 결정하는 열쇠는 정부가 쥐고 있다. 따라서 일차적으로 정부당국이 '죽이기'의 안이한 발상에서 탈피해 적극적인 '살리기'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 그다지 자연스럽지는 못하지만 여러 정황으로 미뤄볼 때 대통령이 실마리를 풀어줘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당사자인 한국노동연구원 구성원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연구자로서의 기본자세를 새삼 가다듬는 것 역시 필요하다. 객관적이고 중립적이었는지, 사실보다 주장에 치우치지 않았는지, 노사관계에서 모범적이었는지 등을 스스로 점검하고 이와 아울러 '권리와 의무의 균형'의 관점에서 국책연구원 연구자로서 자신의 직분을 성찰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노사 협조도 필요하다. 단편적인 유불리 관점에서 연구물이나 연구원에 대한 '좋다, 싫다' 식의 단세포적 발상을 버리고 자신들로부터 자유로운 연구자와 연구원을 인정하고 존중함으로써 제대로 된 '살리기'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전문성에 자신 없는 개인이나 단체가 연구원과 연구자들을 오로지 이데올로기적으로 재단하는 타성에서 벗어나 놓아주는 것도 한국노동연구원 살리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구도하에 한국노동연구원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조속하고도 가시적인 조치가 요청된다. 무엇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기능을 다른 데로 분산, 이관시킨다는 항간의 '죽이기' 소문을 잠재우기 위해 우선 장기간 공석으로 있는 원장을 하루빨리 선출해 '제대로 살리기'에 착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동결된 예산을 곧바로 배정해 한국노동연구원을 빈사 상태에서 구출해야 한다. 이는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매우 시급한 사안인 만큼 절차를 최대한 단축하더라도 사회적인 동의가 따를 것으로 믿는다. 입장 차이를 떠나 한국노동연구원이 우리사회의 귀중한 자산임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하기에 우리 노동사회 발전을 통한 사회 전반의 건전한 진보에 각별한 애정을 가진 분들이 한국노동연구원 '살리기'를 갈망하고 있다. 이전 상태 그대로의 복원이라기보다 '제대로 살리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필자는 이해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을 살리지 않는다면 소중한 인적 자산을 함께 잃게 될 것이다. 이는 정권 차원만의 손실이 아니라 우리 사회와 역사의 손실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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