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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 방위산업체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은 절절 기는 반면 일본은 펄펄 나는 모양새다. 한국 방위산업체들은 방산 비리 장기수사의 영향으로 잔뜩 위축된 반면 일본은 무기 수출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밀 공업과 기초 소재 능력을 보유한 일본이 국제 무기 시장에 본격 등장할 경우 한국산 무기의 수출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방산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줄 사건이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가와사키중공업은 오는 17일부터 영국에서 열릴 세계 최대 에어쇼인 'RIAT'에 제트 대잠초계기 P-1을 출품할 계획이다. 일본제 대형무기가 해외 전시회에 참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다 눈여겨볼 사안은 한국 같으면 하고 싶어도 못하는 출품이라는 점이다. P-1 수준의 대잠초계기를 제작할 수 있는 서방 진영 국가는 사실상 미국과 일본 두 나라뿐이다. 기체에 항공전자장비·탐지장비를 모두 자국산으로 충당할 수 있는 나라도 서방 진영에는 일본과 미국 외에 없다.
미국 록히드사가 제작한 대잠초계기(P-3)를 107대 면허 생산하면서 기술력을 키워온 가와사키중공업이 지난 2013년부터 생산을 시작해 33대가 해상자위대 등에 납품된 P-1은 영국 해군이 차세대 대잠초계기로 고려할 만큼 성능이 뛰어나다. 비행 안정성을 중시해 제트 엔진도 4대가 달렸다.
가장 고성능의 대잠초계기로 평가받는 보잉 P-8 포세이돈마저 일제 P-1에 도전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P-1은 P-8의 성능에는 못 미쳐도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 대당 가격이 1억4,100만달러 정도로 대당 2억5,650만달러인 P-8 포세이돈보다 저렴하다. 자위대 납품이 늘어나고 해외 발주에 성공할 경우 가격은 더 떨어질 수도 있다.
지난해 4월 무기와 관련 기술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무기 수출 3원칙'을 '방위장비 이전 3원칙'으로 갈아치운 뒤 일본의 무기 수출 움직임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잠수함과 수상비행정, 전차 엔진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대한 수출 상담이 한창이다. 5월에는 일본 요코하마에서 처음으로 국제 무기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반면 한국은 죽을 쑤고 있다. 올 상반기 중 방산 수출은 6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13억6,000만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최근 5년간 증가세를 보인 방산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 분명하다. 연말께면 방산 수출이 3분의1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일본이 아직 링 위에 올라오지도 않은 상황에서도 이렇다면 나중에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국제 시장에서 일본과 경합해야 할 품목이 무엇인지, 극복 방안은 어디에 있는지 사전 대비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