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룡 주연의 영화가 추석 영화의 상징처럼 군림하던 때가 있었다. ‘프로젝트 A’ ‘홍번구’ ‘미라클’ 등의 성룡영화는 명절에 온 가족이 모여서 함께 보고 웃고 즐기기에 딱 적합한 오락을 제공해 큰 인기를 얻었다. ‘추석엔 코미디’라는 영화판의 공식도 이런 성룡코미디의 인기에서 파생된 바가 크다. 이런 성룡영화의 인기는 애석하게도 최근 몇 년간 크게 주저앉았다. 성룡이 할리우드에 진출한 이후 그의 영화가 예전과 같은 활기를 갖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러시아워’ ‘샹하이 눈’ ‘턱시도’ 등에서 할리우드는 직접 몸으로 부딪히던 성룡 특유의 액션 대신 영화에 특수효과를 입혔다. 게다가 할리우드가 부여한 ‘견실한 아시아계 청년’이라는 이미지 또한 영화 속 흐르던 그만의 특유의 에너지를 크게 반감시켰다. 역시 성룡영화는 왁자지껄하고 요란법석해야 제 맛이었다. 이런 점에서 올 추석 찾아온 성룡의 ‘BB프로젝트’는 참 반가운 영화다. ‘오리지널 성룡이 돌아온다’는 영화의 카피에는 한치의 과장도 없다. 할리우드 외도를 잠시 접고 홍콩으로 돌아와 만든 이 영화에는 예의 성룡 영화들이 가졌던 매력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영화에는 뛰고 구르고 엎어지는 특유의 슬랩스틱 코미디와 수다스럽고 정신 없는 대화들이 난무한다. 철없지만 왠지 미워할 수 없는 영화 속 악당들도 여전하다. 영화는 금고털이범 뚱땅(성룡)과 난봉(고천락)이라는 두 주인공을 내세워 진행된다. 뚱땅과 난봉은 돈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훔치는 털이범. 실력은 출중하지만 뚱땅은 도박에, 난봉은 여자에 빠져 살림은 늘 곤궁하다. 돈 때문에 한 억만장자의 아기를 유괴하려는 범죄조직의 계획인 ‘BB(Billion-dollar Baby)프로젝트’에 가담하게 된 두 사람. 하지만 아이를 유괴해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돌보다 보니 어느새 정이 들어 버렸다. 두 사람은 BB프로젝트를 계획했던 범죄조직에서 아이를 지키고, 아이를 무사히 부모에게 돌려보내고자 한다. 이번 영화는 성룡의 원맨액션 영화라는 그의 기존 공식에서 조금 진보했다. 일단 주인공이 두사람이라는 점. 도박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는 주인공 뚱땅의 옆에 바람둥이 난봉을 붙여 놓았다. 영화 속에서 같은 듯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캐릭터가 만들어 내는 화학작용은 보기에 즐겁다. 또한 영화는 액션 외에도 두 남자의 ‘아이키우기’를 중점적으로 묘사해 그간 성룡의 영화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휴먼코미디도 시도한다. 생전 처음 해보는 기저기 갈이 끼우기, 아이 우유먹이기 등에서 고군분투하는 두 남자의 모습은 액션코미디 부분에서의 즐거움과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이런 재미를 만들어 낸 가장 큰 부분은 성룡의 오랜 연륜이다. 적지 않은 나이와 오랜 경력에도 성룡은 대역 없이 직접 위험한 장면을 연기해서 에너지 넘치던 예의 그 모습을 오랜만에 보여줬다. 영화는 성룡 이외의 인물들을 보는 재미도 넘친다. 특히 주인공 뚱땅의 파트너 바람둥이 역할을 소화한 고천락은 느끼하면서도 밉지 않은 묘한 매력을 영화 속에서 발산하며 성룡과 함께 폭소연기를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