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업계의 최대 격전지인 미국을 공략하기 위한 독일 폴크스바겐의 현지화전략이 눈길을 끌고 있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폴크스바겐은 뛰어난 성능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고전하는 이유를 찾아내기 위해 지난해 초 23명의 각계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문레이커'라는 조사팀을 미국에 파견했다.
폴크스바겐은 자동차 명가의 자부심으로 미국 시장을 두드렸지만 지난 2년 간 20억달러가 넘는 손실을 기록하자 자동차 성능만을 앞세운 전략으로는 미국시장을 공략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접근이 필요한 상황에서 폴크스바겐은 미국 소비자들의구체적인 성향을 파악하기 위한 특별조사팀인 문레이커를 구성한 것.
문레이커의 주업무는 1년 반이라는 기간에 다양한 미국 생활을 직접 체험하면서 자동차가 미국인들과 미국 문화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지를 파악하는것이다.
이에 따라 문레이커 팀원들의 사무실과 숙소도 미국의 트렌드를 결정하는 지역으로 알려진 로스앤젤레스 인근의 말리부에 마련됐다.
문레이커 팀원들은 시애틀에서 포틀랜드까지 그레이하운드 버스를 실제 타봄으로써 미국이 얼마나 넓은 땅을 갖고 있으며 이런 환경에서 자동차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미국인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차내에서 보내야 하는지를 체험했다.
또한 평범한 가정주부와 함께 생활을 통해 자동차 내 수납공간이 그들에게 왜 그렇지 중요한지를 배웠으며 애틀랜타에서는 자동차 경주장 밖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젊은이들이 야외파티를 통해 자동차가 뷔페 테이블로도 사용된다는 사실을 재발견했다.
'고통의 행군'이라고 이름지은 3일 간의 도보여행에서는 롱비치에서 할리우드사이의 주차장만을 집중적으로 관찰, 얼마나 다양한 차들이 미국 내에서 경쟁하고 있는지를 문서나 사진이 아니라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시간도 가졌다.
자동차를 선택하는데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미국만의 독특한 자동차문화에 대한 심층적인 조사가 이뤄진 것이다.
폴크스바겐 관계자들은 독일에서는 자동차의 성능을 중요시하지만 미국에서는 자동차가 단지 이동 수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2의 집이나 사무실 역할을 하고있다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이번 조사결과가 앞으로 이뤄질 신차개발과차종 다양화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폴크스바겐은 미국에 이어 중국판 문레이커인 이른바 '백조의 호수' 계획을 이미 시작했으며 인도에서도 이와 유사한 현지조사활동을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