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종금사 무더기 부도 위기/IMF요구 밀려 섣부른 정업조치

◎은행 1조6천억 물려 콜자금공급 중단/재경원 변칙결제로 연명… 밤마다 “발동동”종금사 부도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9개 종금사에 대한 업무정지조치 이후 일부 우량종금사를 제외한 나머지 종금사 대부분이 「무더기부도」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종금사 부도사태의 징조는 이미 지난 2일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일부 종금사에 대한 업무정지명령이 내려지자 시중은행들은 즉각 제2금융권에 대한 콜자금 공급을 중단했고 그 여파로 대한·삼양·금호·영남·한길종금 등 5개 종금사가 당일 돌아온 기업어음(CP) 결제분 1조1천억원을 결제하지 못했다. 결국 다음날 새벽 한국은행의 지원으로 이를 가까스로 막기는 했지만 이미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상태였다. 파급은 곧바로 다음날로 이어졌다. 전날 부도 직전까지 몰렸던 5개 종금사 외에 한화·나라·대구종금 등 3개사가 추가되면서 결제부족금액도 1조6천억원선으로 늘어났다. 상황은 심각했다. 이들 8개 종금사는 3일 결제해야 할 자금을 4일 하오까지 막지 못했으며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확인한 재정경제원이 전면에 나서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같은 상황의 배경에는 재정경제원의 즉흥적인 금융정책이 단초로 작용했다. 아무런 사후조치도 강구하지 않은 채 급조하듯 발표한 종금사 업무정지조치가 화근이 됐다는 지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서슬퍼런 기세에 밀려 당초 일정을 3개월 이상 앞당겨 갑작스레 9개 종금사를 업무정지시킨데 따른 부작용인 셈이다. 정부의 이같은 태도변화는 곧바로 예금주들의 불안심리 확산에 따른 예금인출사태와 은행 등 타금융기관의 자금지원 중단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은행 등 타금융기관들이 종금사에 대한 자금지원을 전면 중단하고 나서면서 종금사 집단부도의 불을 댕겼다. 재경원의 지시로 9개 종금사에 수천억원의 콜자금을 지원했다가 고스란히 물리게 된 은행들은 『이제 누구의 지시도 믿을 수 없다』며 제2금융권에 대한 콜지원을 전면 중단해버렸다. 한국은행이 아무리 독촉을 해도 시중은행들은 막무가내로 자금지원을 기피했다. 재경원과 한은, 시중금융기관들 사이에 영이 서지않는 무정부상태가 반복됐다. 급기야 4일 하오 재경원이 나서 6천억원의 외국환평형기금을 콜자금으로 긴급지원키로 결정하고 나서야 종금사들은 연쇄부도 위기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영업정지 종금사에 잠긴 1조원 상당의 콜자금이 풀리고 종금사에 대한 은행권 불신이 해소되지 않는 한 이같은 부도위기는 매일 밤 똑같이 재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종금업계 관계자는 『종금사 예금인출을 막을 수 있는 정부차원의 신뢰도제고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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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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