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제재수단 스스로 포기"
中企대출 위반銀에 1兆4,000억 재배정
김민열기자 my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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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정책금융기능 어디갔나
한국은행이 중소기업대출비율을 지키지 않은 은행에서 회수한 자금 1조4,000억원을 임의로 재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신용도와 담보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을 위해 도입된 본래 목적을 훼손한데다 비율을 지키지 않은 대형 은행에 해당 자금이 다시 편중되는 모순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3일 한은에 따르면 한은은 중소기업 의무대출비율을 지키지 못한 은행에서 회수한 총액한도대출 차감자금 가운데 지난 7월 7,600억원, 8월 6,600억원 등 지난 두 달 동안 1조4,200억원을 재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중기대출비율을 지키지 않는 은행들이 늘어나 차감금액이 너무 많아졌다”며 “이에 따라 4월 말 대비 중소기업대출이 많이 늘어난 은행에 다시 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은의 이 같은 조치로 중기대출 비율을 어길 경우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제재수단인 총액한도대출 축소를 스스로 포기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또 한은의 자금 재배정 기준이 단순히 중소기업대출 순증액이어서 대출비율 기준을 지키지 않으면서도 총액 기준으로는 중기대출이 많을 수밖에 없는 대형 은행들이 다시 혜택을 입는 모순이 발생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방은행의 한 관계자는 “대출비율을 지키지 않은 시중은행에 다시 자금을 배정한 것은 결국 지방은행들을 죽이려는 처사”라며 반박했다.
입력시간 : 2005/10/03 1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