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국내산 김치 일부에서도 기생충 알이 검출됐다는당국 발표가 있자 소비자들은 그간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데 대해 당혹해 했으며식당들은 김치에 대한 거부감이 손님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했다.
시민단체들은 기생충 알이 인체에 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태를 이 지경까지 이르게 한 데는 관계 당국에도 책임이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식품 안전성담보를 위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직접 담가먹을 수밖에" = 중국산 김치에 이어 국내산 김치에 대한 신뢰마저무너지자 시민들은 "결국 김치를 직접 담가 먹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것 아니냐"며 허탈해 했다.
상계동에 사는 김모(49ㆍ여ㆍ서비스업)씨는 "전업주부가 아니어서 김치를 자주사다 먹는데 우리나라 김치에서도 기생충이 나왔다니 너무 놀랍다"며 "이젠 직접 담가 먹을 수밖에 없지만 그럴 시간이 없어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회사원 문모(25ㆍ여)씨는 "직장 때문에 부모님과 떨어져 살아 김치를 사다먹었는데 이번 발표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일 때문에 바쁜데 김치까지 담가야 하니 걱정"이라고 했다.
자취생 유모(27)씨는 "싼 값에 김치를 만들고 있는 곳이 있을텐데 그런 영세업체 제품에서 나왔을 것이니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면서도 "식당 등에서 김치 먹기가 꺼려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급식 반찬으로 김치를 내놓는 각급 학교도 위생적인 김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서울교대 부속초등학교는 "공급업체에서 김치가 국내산이며 안전하다는 통보를받았지만 학생들 건강을 생각해 보름 전부터 김치를 볶아서 주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광운초등학교는 "고랭지 배추를 직접 공급받아 김치를 만든다는 농협 김치를 공급받고 있지만 국내산 김치에서도 문제점이 발견됐기 때문에 농협 쪽에 안전도검사를 다시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김치 때문에 손님 줄지도..." = 음식점과 재래시장에서는 가뜩이나 김치에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가운데 무해하다고는 하지만 국내산 김치에서도 기생충 알이 나오자 손님 감소를 우려했다.
성동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50)씨는 "중국산 김치 파동 이후 집에서 김치를 담근다는 사실을 아는 손님들도 김치에 잘 손을 안 댄다"며 "정말 할 말이 없다"고 안타까워 했다.
시골에서 농사지은 재료로 직접 김치를 담근다는 식당주인 김모(52ㆍ여)씨는 "요즘엔 손님들이 김치를 잘 안 먹고 아무 이상이 없다는 김치찌개는 아예 주문을 안한다"며 "메뉴를 바꿀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식당입구에 `직접 생산한 국내산 김치만을 고객들에게 제공합니다'는 현수막까지 내건 한 설렁탕집 종업원 정모(39ㆍ여)씨는 "그저 황당하다. 안 그래도 요즘 손님들이 김치를 잘 안 드시는데 매출에도 지장이 있지 않겠느냐"고 걱정했다.
가락시장내 모 식품업체 종업원 권모(36ㆍ여)씨는 "고정 거래처에서는 우리 김치를 잘 아니까 매출에 지장이 없다"면서 "일반 소비자들은 사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인터넷 판매에는 영향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내다봤다.
◇ "식품안전 특단대책 내놓아야" = 시민단체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중국산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나오지 않았으면 국산 김치에 대한 검사도 이뤄지지 않았을것"이라며 "평소 이를 방치한 관계 당국의 무사안일이 문제"라고 질타했다.
이 단체는 "대증요법식 조치보다는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관계 기관은 문제가 드러난 만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도 "국산 김치에서도 기생충 알이 검출됐다고 하니 관계 당국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김치에 대해 기생충 알뿐 아니라 농약 등에서도 안전한지 재확인하고 대책을 세워 이번 기회에 김치 위생문제를 둘러싼 논쟁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요구했다.